등록 : 2018.10.16 15:14
수정 : 2018.10.16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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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동방정교회의 중심 교회인 성조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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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정교회 사실상 인정했다는 이유
“분열 초래한 교회와 교류하지 않겠다” 선언
슬라브족 기독교 개종·동서교회 분열 1천년 만
크림반도 갈등이 직접 배경…이면엔 전통적 갈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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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동방정교회의 중심 교회인 성조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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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교회가 분리되고 신·구교가 나뉜 이래 기독교 최대의 분열이 현실화됐다. 3억 신도를 거느린 동방정교회에서 러시아정교회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좌와의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정교회는 15일 종교회의를 열어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좌와 관계를 단절하기로 결정했다고 러시아 언론들이 보도했다. 러시아정교회는 “콘스탄티노플의 불법적 결정이 시행되는 한 우리는 분열을 초래한 교회와 교류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옛 지명) 총대주교좌는 16개 동방정교회 교단의 지도부 역할을 한다. 동방정교회는 가톨릭 교회처럼 수직적 질서를 갖추진 않았지만,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는 여러 지역 정교회의 중심으로 상징적 수장 역할을 해 왔다. 쉽게 비유하자면 ‘황제’가 아닌 ‘맹주’라 할 수 있다.
러시아정교회가 결별을 선언하게 된 배경엔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17세기 이래 러시아정교회가 관할했으나, 1992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후 수도 키예프의 교구도 종교적 독립을 추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합병 이후 교회 독립 열망이 강해졌다.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좌는 지난주 이런 시도에 대한 비판을 철회해 우크라이나정교회의 독립을 사실상 승인했다. 키예프 교구 수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사탄의 도구’라고까지 칭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러시아정교회가 그동안 자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를 위한 도구 역할을 해왔다고 주장한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좌가 우크라이나 교회의 독립을 사실상 인정하자 “모스크바를 세계를 지배하는 ‘제3의 로마’로 만들겠다는 구상의 몰락”이라며 반겼다.
그러자 동방정교회 내에서 가장 많은 1억5000만명의 신도를 거느린 러시아정교회가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좌와 관계를 끊음으로써 불만을 노골화한 것이다. 이런 절연이 고착화한다면 1054년 로마 교황청과 콘스탄티노플 교회가 갈라선 동·서 교회 분열 이후 정통 교회의 최대 분열이 된다. 슬라브족이 세운 키예프공국의 블라디미르 대공이 988년 기독교를 국교로 지정하면서 형성된 동방정교회 대열에서 러시아가 1000여년 만에 이탈한다는 얘기도 된다.
러시아정교회는 바르톨로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가 프란치스코 로마 교황과 접촉하며 동·서 교회의 역사적 화해에 나서는 것도 못마땅하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정교회 수장인 키릴 총대주교는 푸틴 대통령을 “신의 기적”이라 칭하며 그와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동방정교회의 분열 이면에는 그리스정교회와 러시아정교회의 역사적 경쟁 관계도 일부 끼어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리스정교회는 동로마제국과 그 교회의 적통임을 내세워왔고, 그리스정교회와 동방정교회는 사실상 같은 뜻으로 인식됐다. 반면, 러시아정교회는 러시아의 국력과 교세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동방기독교의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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