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를 겪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오는 12월 기민련 당대회에서 대표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리 임기가 끝나면 물러나겠다는 의사다.
메르켈 총리는 29일 기민련 간부들과의 회동에서 12월 당대회 때 지도부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고 독일 언론들이 보도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현재 자신의 총리 임기인 2021년말까지는 총리직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2000년부터 기민련 대표로 재직했고, 2005년부터는 총리직을 수행해왔다.
메르켈 총리의 당대표 출마 포기는 최근 지방선거에서 기민련이 잇따라 패배하자, 그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대연정을 구성하고 있는 중도우파 기민련과 중도좌파 사민당은 지난 주말 헤센주 선거에서 참패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동안 자신이 당대표일 경우에만 총리직을 수행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의 당대표 출마 포기는 차기 총리직에 더 이상 도전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총리로서 4번째 임기가 “나의 마지막 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소식통은 메르켈 총리가 임기를 마치면 연방의회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는 등 사실상 정치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전했다.
신중하고 실용적인 정치 노선을 취해온 메르켈 총리는 유럽의 실질적 지도자로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인정받았으나, 최근 난민 문제가 격화되면서 기민련이 잇따른 선거 패배를 겪자 지도력이 약화되어 왔다. 그는 2015년 유럽 난민 위기가 극성일 때 난민에 대한 독일의 문호를 여는 결정을 하면서 정치적 인기를 잃기 시작했다. 그 결정으로 독일에 100만명 이상이 난민이 들어오고, 이에 대해 우파 진영과 시민들은 그와 기민련 정부에 반대로 돌아섰다. 반이민을 내세운 극우 ‘독일을 위한 대안’이 그 후 연방 및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득세하며 기민련 정부는 궁지에 몰렸다.
그의 당대표 출마 포기로 기민련 내에서는 차기 총리를 향한 경쟁이 불붙게 됐다. 옌스 스판 건강장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의 아르민 라스체트 총리, 그리고 메르켈 총리의 ‘상속자’로 여겨지는 안네그레트 크람프-카렌바우어 등이 당대표와 차기 총리직을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