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1.15 21:45
수정 : 2018.11.15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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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5일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 초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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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노동장관 브렉시트 합의안 항의 사퇴
차관들도 사퇴…총리 불신임안 제출 움직임도
브렉시트 충격 줄이려 했으나 북아일랜드가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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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5일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 초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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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사리 마련한 영국과 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합의 초안이 영국 정치권의 강한 반발로 좌초 위기에 놓였다. ‘소프트 브렉시트’를 밀어붙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의 운명도 흔들리면서 ‘이혼’ 조건을 합의하지 못하고 내년 3월29일 영국이 유럽연합을 떠나는 ‘노 딜 브렉시트’의 우려가 되살아났다.
메이 총리는 14일 각료회의에서 격론 끝에 브렉시트 합의 초안을 통과시켜 한 고비를 넘겼다. 이달 25일 유럽연합 정상회의와 이후 영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충격 없이 브렉시트를 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15일 브렉시트 담당 장관을 비롯한 각료 2명이 사퇴하면서 새 국면이 만들어졌다. 도미닉 라브 브렉시트 장관과 에스터 맥베이 노동·연금 장관이 합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퇴했다. 브렉시트 담당 차관과 북아일랜드 담당 차관도 옷을 벗었다. <로이터> 통신은 라브 장관은 메이 총리가 축출된다면 차기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7월에도 데이비드 데이비스 당시 브렉시트 장관이 ‘소프트 브렉시트’에 반대해 사퇴했다. 이번에는 총리 불신임안 제출 얘기도 나온다.
여야를 가리지 않는 반대에는 ‘이게 브렉시트가 맞느냐’, ‘북아일랜드를 포기하자는 거냐’라는 불만이 깔려있다. 이번 합의의 뼈대는 2020년 말까지 21개월의 전환기를 두는 것이다. 이 기간에 양쪽은 영국의 단일시장 탈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협상을 하기로 했다. 그때까지는 브렉시트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또 북아일랜드-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백스톱’(안전장치) 조항을 뒀다. 무역 협상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전환기 이후에도 영국과 그 영토인 북아일랜드가 계속 단일시장에 남는다는 내용이다.
핵심은 북아일랜드다. 영국 영토이지만 아일랜드섬에 있는 이곳은 아일랜드와의 통합을 원하는 쪽과 영국 영토로 남고자 하는 쪽의 유혈 분쟁 무대였다. 유럽연합은 회원국 아일랜드를 위해서라도 1998년 맺은 ‘성금요일 협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북아일랜드-아일랜드에 물리적 국경을 재설치하면 분쟁이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 진영에서는 535쪽짜리 합의안에서 이런 취지의 ‘백스톱’ 조항이 ‘아일랜드/북아일랜드’ 항목에 들어있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새 무역협정을 맺기까지는 기존 단일시장을 거의 동일하게 유지할 것이라지만, 만약의 경우 북아일랜드만 단일시장에 남아 영국의 영토 통합이 깨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과의 관계는 계속 협상할 사항이라며 반대파에게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15일 의원들과 설전을 하면서 “합의를 못 하고 (유럽연합을) 떠나거나, 브렉시트를 전혀 하지 않는 위험을 무릅쓰거나, 단결하면서 협상을 통한 최선의 거래를 지지하는 것”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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