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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20 16:51 수정 : 2018.11.20 22:19

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독일 연방하원에서 유럽의 자력 공동방위를 강조하는 연설을 마친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을 맞대는 인사로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

외교·국방장관 회의서 17개 방위사업 합의
유럽형 미사일·드론 개발에 정보학교까지
마크롱 “유럽 더 강해져야”…메르켈 “동의”
미 핵우산 포기·군비지출 급증 등 걸림돌

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이 독일 연방하원에서 유럽의 자력 공동방위를 강조하는 연설을 마친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볼을 맞대는 인사로 친근감을 표시하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
유럽연합(EU)의 독자적 군대 창설 움직임이 속도를 내고 있다. 유럽연합은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외교장관 및 국방장관 회의를 열어 17개에 이르는 공동방위 사업 추진에 합의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유럽연합 28개 회원국 중 영국·덴마크·몰타 등을 뺀 25개국이 참여해 출범한 공동 안보·군사 체제인 ‘상설 구조적 협력(PESCO·페스코)’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로써 페스코 프로젝트가 합의한 공동안보 사업은 기존 17개까지 합쳐 모두 34개로 늘었다.

이날 합의된 사업은 중거리 지상 발사 미사일 개발, 유럽형 장갑차 개발, 전자전 능력 향상, 차세대 무인비행기 유로드론과 공중정찰 비행선 개발, 정보학교 신설, 민-군 합동 위기 대응 등을 포함하며, 회원국들은 각각의 프로그램에 선택적으로 참여하게 된다. 회원국 장관들은 회의 뒤 낸 공동성명에서 “이번의 새로운 계획은 군사훈련, 방위 능력 증진,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작전 준비 태세 강화, 사이버 방위 등을 아우른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유럽연합이 지역 안보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틀 안에서 미국의 핵우산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 등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데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에어버스가 제조한 유럽연합(EU)의 공격용 헬리콥터인 ‘타이거’ 시리즈 중 독일 공군이 보유한 기종의 비행 모습.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19일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새로 합의된 17개 프로젝트의 구체 내용을 보도했다. 그리스와 키프러스가 주도하게 될 정보학교는 회원국들의 정보 인력에게 체계적인 정보 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 독일을 주축으로 5개국이 참여하는 하드웨어 프로젝트에는 무인비행기인 유로드론 개발과 독일·프랑스·스페인이 참여한 유럽형 공격용 헬리콥터 ‘타이거 엠케이(MK)3’의 전투력 향상이 포함돼 있다.

이번 발표는 앞서 18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독일 연방의회에서 유럽연합의 ‘자주 국방’을 강조하는 연설을 한 바로 다음날 나왔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마크롱은 연설에서 “유럽은,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은 세계가 혼란에 빠지지 않고 평화의 길로 가도록 인도할 책무가 있다”며 “이는 유럽이 더 강해져야 하고 더 많은 주권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연설 뒤 마크롱 대통령에게 “우리(유럽연합)가 갈림길에 섰다는 말은 나의 인식과 정확히 일치한다”며 “당신은 감명 깊은 연설을 통해 독일과 프랑스의 친선과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유럽연합 차원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분명히 밝혔다”고 화답했다.

앞서 이달 초 마크롱 대통령은 제1차 세계대전의 격전지였던 베르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중국·러시아로부터 유럽을 방어하기 위한 진정한 유럽군이 있어야 한다”며 유럽 독자군 창설론에 다시 불을 지폈다. 이에 대해 서방의 오랜 군사동맹국이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핵심 주축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행사 참석차 하루 전날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트위터에 “매우 모욕적이다. 먼저 유럽은 나토 분담금이나 공정하게 내라”고 힐난한 바 있다.

19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국방장관 회의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오른쪽)과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이 포옹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그러나 13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프랑스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언젠가 진정한 유럽군을 창설하기 위해 비전을 갖고 노력해야 한다”며 마크롱의 제안에 적극 힘을 실었다. 메르켈은 또 “유럽연합 통합군이 나토를 약화시키진 않을 것이며 보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우려와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포석이다.

유럽연합 차원의 통합군 창설 논의는 이미 1990년대부터 나오기 시작했음에도 최근까진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2014년 라시아가 크림 반도를 전격 점령한 데 이어, 2016년 영국이 국민투표로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고 미국에선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하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그러나 유럽의 군사협력 프로젝트가 실제로 공동 군사작전이 가능한 통합 상비군 체제로까지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무엇보다 미국의 전략적 이해 관계가 최대 걸림돌이다. 미국은 러시아 견제와 유럽 및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패권 유지를 위해서도 나토의 유용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도 개별적 공동방위 프로그램을 넘어선 통합군 창설에는 전폭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영국의 왕립국방안보합동연구소의 엘리사베트 브로 연구원은 18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진정한 유럽군? 계속 꿈꿔보라’는 다소 비꼬는 제목의 기고를 실었다. 그는 “유럽의 어느 동맹국도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을 포기하고 싶어하진 않는다”며 “유럽의 군대는 러시아나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만큼 충분한 대규모 무기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군사장비와 인력을 대체하려면 현재 대다수 유럽 국가들이 국내총생산 대비 2% 미만인 군비 지출을 엄청나게 늘려야 한다”며 유럽군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을 비쳤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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