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7 17:53
수정 : 2018.12.2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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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독일 작센주 켐니츠에서 열린 극우 집회 참가자가 경찰에 가로막힌 가운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켐니츠/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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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NSU2.0 연쇄살인범 종신형 판결 뒤
피해자 변호사에 “딸 살해하겠다” 협박 파문
추적 과정에서 신나치 네트워크 의심 경찰 5명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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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독일 작센주 켐니츠에서 열린 극우 집회 참가자가 경찰에 가로막힌 가운데 고함을 지르고 있다. 켐니츠/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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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경찰 내부에 극우 비밀 조직이 암약하고 있다는 실마리가 드러나면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 헤센주 경찰청은 최근 프랑크푸르트의 남녀 경찰관 5명이 메신저 채팅방에서 히틀러 사진과 나치 문양(스와스티카)을 공유하고 외국인들에 대한 극우 성향의 대화를 나눈 사실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다른 범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8월에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터키 출신 변호사 세다 바샤이 이을드즈에게 “독일을 떠나지 않으면 두 살짜리 딸을 죽이겠다”는 협박 팩스가 날아온 것이다. 그의 딸 이름과 나이, 집 주소까지 적시돼 있었다. 발신자 명의는 ‘엔에스우(NSU) 2.0’이었다. 이는 히틀러가 이끌었던 나치(NAZI)의 명칭을 차용한 ‘국가사회주의자 지하조직’이라는 뜻이다.
2011년에 존재가 처음 확인된 이 조직은 2000년부터 2007년 사이에 주로 이민자들을 대상으로 최소 11건의 살인 사건을 저지르고 14차례나 은행강도 짓을 벌여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준 극우 테러 단체다. 수사 결과, 범인들은 엔에스우 조직원인 경찰관 3명이었다. 2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고, 1명은 올 7월에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피해자들의 변론을 맡은 변호사가 바로 이을드즈다.
8년이나 걸린 재판이 끝나고 다음달에 이을드즈 변호사에게 같은 조직 명의의 협박 팩스가 날아들면서 독일 사회가 또다시 파문에 휩싸였다. 수사팀은 경찰 내부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벌이다 누군가 프랑크푸르트 경찰서에 있는 피시로 이을드즈 변호사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 과정에서 ‘극우 네트워크’로 의심되는 경찰관 5명이 적발된 것이다. 협박 팩스를 보낸 게 누구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 내 극우 세력에 대한 전면적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독일연방경찰노조의 올리버 말호 위원장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헌법 준수를 서약한 경찰관들 중 상당수가 비밀리에 극단주의에 빠지고 있다”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경찰관 출신인 이레네 미할릭 녹색당 대변인은 극우 성향 경찰관들이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과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수사를 요구했다. 극우 경찰 테러 피해자들의 다른 변호인인 메메트 마이마귈러는 “독일의 치안 업무 종사자 25만 명 중 1%만 극우라고 가정해도 2500명이나 된다”며 경찰관들을 상대로 인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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