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12.28 18:15
수정 : 2018.12.28 21:28
군 전문직에 EU 회원국 시민 충원 계획
징병제 폐지 7년만에 국방력 강화 쪽으로
영국도 비거주 외국인에게 군 입대 허용
독일이 유럽연합(EU)의 다른 회원국 시민도 자국 군 인력으로 충원하기로 했다. 징병제 폐지로 병력 자원이 감소한 게 직접적 이유이고, 러시아의 위협 및 미국의 국방비 증액 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조처다.
<비비시>(BBC)는 독일 국방부가 유럽연합 회원국 시민을 군의 전문직 인력으로 충원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27일 보도했다. 독일군은 의사와 정보통신 전문가 등 “능력 있는 인력이 부족한 시점에서는 모든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며 이렇게 밝혔다. 독일 매체 <풍케>는 정부가 이미 다른 유럽연합 회원국들과 이 문제를 상의했으며, 동유럽 국가들은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독일군에는 이미 외국인 900명이 문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또 이중국적을 지닌 군인도 상당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방침은 군의 문호를 외국인에게 개방한다는 점에서 특기할 만한 ‘실험’으로 볼 수 있다.
독일은 2011년 징병제를 폐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까지 병력을 2만1천명 증원하는 등 국방력 강화를 계획하고 있고, 2024년까지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1.2%에서 1.5%로 확대할 방침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에 국방비 지출을 늘리라고 독촉하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안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시대는 지나갔다”며 유럽의 방위력 강화를 주장한 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하는 등 공격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을 자극하고 있다.
1990년 통일 당시 48만6천명에 달한 독일 연방군은 이후 매년 국방비가 줄면서 10만명대로 축소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국방장관은 현재 18만2천명인 병력을 7년 안에 20만3천명으로 증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독일은 전투력 70%를 상시 전투 태세로 준비시키는 목표를 세웠으나, 최근 조사 결과는 이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잠수함이나 대형 수송기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배치된 전력이 없다. 또 전투기, 탱크, 헬기, 함정 등의 상태가 ‘극히 불량하다’고 군의 한 보고서는 평가했다.
독일군의 준비 부족 상태는 지난달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하는 메르켈 총리를 태운 비행기가 회항하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공군이 운용하는 전용기가 통신 장비 고장으로 되돌아오는 바람에 메르켈 총리는 비행기를 갈아타고 예정보다 늦게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영국도 지난달 자국에 살지 않는 외국인이라도 군에 입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약 8200명의 병력이 부족한 상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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