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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15 15:50 수정 : 2019.01.15 20:33

영국-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비준 투표를 하루 앞둔 14일 런던의 의사당 앞에서 브렉시트 찬성 시위(오른쪽)와 반대 시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브렉시트 박스, 서바이벌 꾸러미 등 출시 붐
정부 “공급원 다변화…비축해둘 필요 없다”
시민 “브렉시트 직후 6개월 혼돈 우려…대비”
SNS 그룹 “브렉시트 이후의 삶 실질적 준비를”

영국-유럽연합(EU)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영국 의회의 비준 투표를 하루 앞둔 14일 런던의 의사당 앞에서 브렉시트 찬성 시위(오른쪽)와 반대 시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영국 의회가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비준 투표를 한 가운데, 영국에서는 유럽연합 탈퇴 이후에 대비한 비상 생활용품 세트와 관련 서적들이 쏟아지면서 뒤숭숭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다.

‘비상식량비축’이라는 이름의 온라인 업체가 최근 ‘브렉시트 박스’라는 상품을 내놨다. 가격이 295파운드(약 42만7천원)인 이 서바이벌 키트는 즉석 조리용 봉골레 파스타를 비롯해 최대 30일치 분량의 냉동건조식품과 생수, 가스와 전기 차단에 대비한 젤 타입의 착화제 등으로 구성됐다. ‘브렉시트 서바이벌 팩스’라는 온라인 쇼핑몰도 식량과 기호식품이 주류인 꾸러미 상품 3종을 선보였다. 가격대는 35~100파운드다.

‘비상식량비축’이라는 업체가 최근 내놓은 ‘브렉시트 박스.’
영국 최대의 부모 도우미 사이트인 멈스넷(Mumsnet)의 ‘브렉시트 준비하기’ 페이지에는 15일 오전 현재 270여개의 회원 포스팅이 올라왔다. 대다수가 비상식량과 의약품부터 의류, 화장실 용품, 술과 담배, 염색약까지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상품의 사전 구매와 비축에 관한 내용이다.

산업혁명의 발상지이자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영국에서 사재기 바람이 부는 것은 서민들이 브렉시트 이후 수입 의존도가 큰 생필품의 공급 차질과 가격 상승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만 600개의 브렉시트 박스를 팔았다는 제임스 블레이크 비상식량비축 대표는 14일 <비비시>(BBC) 방송에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본 물품들을 제공하려 한다”며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는 탓에 공포는 늘 있어 왔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이날 “아무것도 비축할 필요가 없다. 영국은 국산품과 (유럽연합이 아닌) 제3국들에서 수입하는 상품들을 포함해 다변화된 공급원을 바탕으로 강력한 식량 안보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유럽연합과의 브렉시트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지속될 것”이라며 민심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사람들의 불안감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 투표를 하루 앞둔 14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앞줄 가운데)가 하원에 출석해 합의안에 대한 가결을 촉구하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영국 중부 소도시 주민인 린다 메이올(61)은 “브렉시트를 걱정하진 않지만 그 이후가 걱정된다”며 “국경 통제 문제가 정리되기 전까지 첫 6개월 동안은 대혼란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음식과 화장지, 세제 등을 비축했다는 그는 “지나치게 걱정한다고 해서 문제될 게 있느냐”며 “결핍과 곤란의 시기에 나 자신과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 쇼핑몰 ‘브렉시트 서바이벌 팩스’가 선보인 비상식료품 세트. 브렉시트 서바이벌 팩스 누리집 갈무리
지난해 7월 페이스북에 비공개 그룹 계정을 만든 ‘48% 프레퍼스’는 15일 현재 회원이 4600명에 이르는데, 최근 한달 새에만 2000명 넘게 가입했다. “브렉시트 이후의 삶에 대한 실질적 준비를 논의하는 그룹”을 표방한 이들은 “브렉시트는 나쁜 일이 될 것”이라며 “특히 영국에는 식량 부족, 급격한 인플레이션, 연금 폭락, 자산 압류, 범죄 증가, 대량 실업, 의약품 부족 등 재앙적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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