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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2 17:08 수정 : 2019.01.22 20:50

21일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경제노동장관이 전날 프랑스를 비난한 발언과 이날 프랑스의 대응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이탈리아 부총리 “프랑스, 지금도 아프리카 식민화”
“아프리카 착취해 난민 만드는 나라, EU가 제재해야”
프, 이탈리아 대사 불러 “근거 없는 적대 발언” 항의
EU 집행위 “양국관계 중요…갈등이 곧 가라앉길”

21일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경제노동장관이 전날 프랑스를 비난한 발언과 이날 프랑스의 대응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다. 로마EPA 연합뉴스
유럽 난민 위기의 책임을 둘러싸고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상대의 과거사와 대외정책까지 언급하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21일엔 프랑스가 자국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직접적인 발단은 20일 이탈리아 부총리가 프랑스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말을 쏟아내면서 불거졌다. 루이지 디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이날 중부 지역의 한 도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늘날 사람(난민)들이 아프리카를 떠나는 이유는 프랑스를 필두로 유럽 국가들이 지금도 아프리카의 수많은 나라들을 식민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안사>(ANSA) 통신 등이 전했다.

디마이오 부총리는 “아프리카인들은 지중해 밑바닥이 아니라 아프리카에 있어야 한다”며 “아프리카를 착취하고 아프리카인들을 (고향에서) 떠나게 하는 프랑스와 그런 모든 국가들을 유럽연합이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에게 (난민 문제에 대해) 훈수를 두고 아프리카에선 자금을 지원해 공공부채를 안기는 착취를 지속한다”며 외교적으로 민감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프랑스는 발끈했다. 디마이오 부총리의 발언 다음날인 21일, 프랑스 정부는 자국 주재 이탈리아 대사를 불러 “유럽연합 내에서 양국의 파트너십에 역행하는 적대적이고 근거 없는 발언”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프랑스의 한 외교관은 “이탈리아 정부가 용인할 수 없고 공격적인 발언을 한 게 처음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부인 브리지트가 21일 프랑스를 방문한 캐나다 퀘벡주 주지사 부부를 영접하기 위해 엘리제궁에서 기다리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그러나 디마이오 부총리의 비난은 프랑스의 항의 뒤에도 수그러들지 않았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프랑스는 아프리카 14개국에서 통화를 발행하는 나라들 중 하나로, 그 나라들의 발전을 가로막고 이주 난민을 부추긴다”며 “아프리카인들이 아프리카에 머물게 하기 위해선 프랑스인이 프랑스에 머물면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프랑스가 난민을 받아들이는 항구들을 개방하라”고 촉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탈리아는 2011년 지중해 연안 이슬람국가들의 민주화 운동인 ‘아랍의 봄’과 내전 이후 난민들이 유럽으로 건너오는 지리적 교두보가 돼왔다.

양국의 신경전이 외교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프랑스 경제장관 출신인 피에르 모스코비치 유럽연합 경제담당집행위원은 “어떤 국내용 발언은 도발적으로 들리는 법”이라며 “양국의 우호관계는 중요하다. 부정적이고 의미 없는 갈등의 말들이 곧 끝나길 바란다”고 진화에 나섰다.

디마이오 부총리는 현재 이탈리아 연립정부의 주축인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대표다. 지난해 3월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처음으로 제1당이 됐지만 과반 의석에 미치지 못했다. 오성운동은 극우정당인 북부동맹과 연정을 꾸리면서 자당 소속이 아닌 제3의 인물을 총리에 지명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법학자인 주세페 콘테 피렌체대 교수가 총리로 지명돼 내각을 이끌고 있다. 오성운동은 직접민주주의와 생태주의, 인터넷 무료화, 동성간 시민결합 등을 지지하는 급진 포퓰리즘 정당이지만, 난민 문제에는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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