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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1.23 15:32 수정 : 2019.01.23 20:30

제임스 다이슨.

‘노 딜 브렉시트’ 현실화 가능성 높아지는 상황에서
청소기 유명한 다이슨 “싱가포르로 본사 옮긴다”
창업자는 브렉시트 강력 지지…“충격적 위선” 비난
182년 역사 영국해협 페리선사는 키프로스로 선적 변경
소니 등 다국적기업들도 짐 싸…부품 조달 차질 우려도

제임스 다이슨.
결국 실리는 배신의 어머니인가?

3월29일 영국이 유럽연합(EU)과 ‘이혼 조건’ 합의 없이 갈라서는 ‘노 딜 브렉시트’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기업들의 영국 탈출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창업자가 브렉시트의 강력한 지지자인 가전업체 다이슨이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밝혀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국 언론들은 짐 로언 다이슨 최고경영자가 22일 본사를 몇달 안에 영국에서 싱가포르로 옮기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다이슨은 생산기지는 싱가포르에 있지만 본사는 영국에 있으며, 영국 맘즈버리에 3500명을 고용한 연구·개발센터가 있다. 다이슨은 지난해 11억파운드(약 1조6천억원)의 역대 최대 이익을 올렸다고 이날 밝혔다.

2016년 국민투표로 브렉시트가 결정된 후 다국적기업이나 영국 기업들이 본사나 유럽 본부를 이전하는 움직임이 계속 이어졌지만 다이슨의 발표는 두 가지 면에서 영국인들을 더 실망시키고 있다. 우선 영국이 보유한 몇 안 되는 세계적 브랜드가 자국을 등지기 때문이다. 창업자이자 산업디자이너인 제임스 다이슨이 만든 이 업체는 ‘듀얼 사이클론’ 기술과 디자인으로 세계 청소기시장 판도를 바꿔왔다. 다이슨이 2014년에 영국에 15억파운드를 투자한다고 하자 데이비드 캐머런 당시 총리는 “영국의 위대한 성공 스토리”라고 칭찬했다.

다이슨 제품들. 사진 출처: 다이슨 누리집
또 하나는 제임스 다이슨이 브렉시트 지지 의사를 강하게 밝혀왔다는 점이다. 그는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협상을 하는 각료들에게 협상장을 떠나라며, 그렇게 하면 “그들이 (협상하자고) 찾아올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제임스 다이슨은 본사 이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고 있다. 그는 영국이 유럽연합의 노동시장 규정을 적용받아 아시아 등지에서 우수 인력을 데려오기가 어렵다고 불평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1만2천여명을 고용한 이 업체는 브렉시트와 본사 이전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영국 내 직원 수가 줄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로언 최고경영자는 미래 성장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다이슨은 25억파운드를 투자한 싱가포르 전기차 공장을 2021년부터 가동할 계획이다. 본사 이전은 중국시장 등 아시아의 성장 가능성에 대응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나온 발표에 여론은 시끄럽다. 레일라 머런 자유민주당 의원은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사업가 제임스 다이슨의 충격적 위선”, “영국을 버리는 것으로, 브렉시트에 대한 불신임 투표 같은 것”이라고 비난했다. ‘애국 기업인 다이슨’의 이미지는 그가 2007년 기사 작위를 받으면서 더 강화됐다. 다이슨은 영국에 계속 세금을 내겠다고 밝혔지만, 세제 조건이 유리한 싱가포르로 옮기는 마당에 이를 곧이듣지만은 않는 분위기다.

다른 기업들의 탈영국 행렬도 이어진다. 영국해협에서 182년간 여객선 사업을 해온 피엔오(P&O)는 세금 문제를 이유로 선적을 유럽연합 회원국 키프로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일본 소니도 유럽본부를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옮긴다. 떠날 계획이 없는 기업들도 ‘노 딜’ 현실화 때 부품 조달 등의 문제가 불거질까봐 걱정이 크다.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는 공급 차질을 우려해 부품 재고를 늘리고 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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