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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19 14:46 수정 : 2019.03.19 21:33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31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맞춰 연설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유세장에서 뉴질랜드 ‘혐오 범죄’ 동영상 상영
“너희도 관에 실려 돌아갈 것” 등 과격 언사도 쏟아내
31일 예정된 지방선거 승리 위해 민족주의 자극하는 듯
정치 지도자가 부추긴 혐오가 혐오 낳는 연쇄 작용 우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31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맞춰 연설을 하고 있다. 이스탄불/AFP 연합뉴스
“너희 할아버지들이 여기에 왔다가 관에 실려 돌아갔다. 너희도 그들처럼 돌려보낼 것이다.”

31일 정권의 명운을 건 지방선거를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발생한 무슬림 이민자들을 상대로 한 끔찍한 혐오 범죄를 선거에 활용하려고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과격한 말들을 쏟아냈다. 지난 주말엔 유세장에서 뉴질랜드 정부가 “확산되지 않게 해달라”고 신신당부하는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28)의 범행 중계 동영상까지 재생했다. <가디언>은 18일 “에르도안이 총격 장면이 담긴 거친 동영상과 그의 (범행 이유를 담은) ‘선언문’을 대형 화면으로 보여줬다”며 “뉴질랜드는 유력 지도자가 이 동영상을 공개한 몹시 짜증스러움을 느낄 것”이라고 꼬집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태런트가 공개한 비상식적 내용의 ‘선언문’을 언급해가며 터키인들의 민족 감정을 거듭 들쑤셨다. 태런트는 74쪽짜리 ‘선언문’에서 터키에 대해 “너희는 너희 땅에서 평화롭게 살아라. (유럽-아시아 경계인) 보스포루스해협 동쪽에 머물러라. 우리는 콘스탄티노플(이스탄불의 비잔틴제국 시절 명칭)로 가 모든 모스크를 부수고 (모스크) 첨탑을 부술 것”이라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태런트가 “우리가 보스포루스 서쪽, 즉 유럽으로 가면 안 된다고 했다. 그가 이스탄불에 와서 우리를 모두 죽이고 우리 땅에서 쫓아낸다고 했다. 우리는 이곳에서 1000년 동안 살아왔고 세계의 종말 때까지 이곳에 살 것이다. 너희는 이스탄불을 콘스탄티노플로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1만6500㎞ 떨어진 뉴질랜드에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 이는 한 사람의 행동이 아닌 조직화된 공격”이라며, 기독교와 이슬람 문명의 대립을 강조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그는 또 1차대전 때 터키(당시 오스만튀르크제국)가 연합군을 격퇴한 갈리폴리 공방전을 언급하며, 터키를 공격하면 “너희 할아버지들처럼 관에 담겨 되돌려보내질 것”이라고 말했다. 1915~1916년 대영제국의 자치령이던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의 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군단(ANZAC)이 영국군과 함께 터키의 갈리폴리반도에 상륙했다가 모두 수십만명의 사상자를 내고 물러난 것을 상기시킨 것이다.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케말 파샤는 터키에서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다. 터키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을 이번 참사와 연결해 백인들에 대한 증오를 부추긴 것이다.

외신들은 그가 무리수를 두는 것은 경기 침체 여파로 여당인 정의개발당이 지방선거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무장관은 “뉴질랜드에 대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성격의 얘기들은 뉴질랜드인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며 “이는 매우 정당하지 못한 일”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터키 최대 야당인 공화인민당도 “득표를 위해 그런 영상까지 공개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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