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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0 14:25 수정 : 2019.03.20 19:33

리처드 그리넬 주독 미국대사가 18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 건물 앞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국방예산 계획 비판 성명 낸 그리넬 대사에
“추방해야”·“인내에 한계 있다” 맹비난
독 재무장관 “주권국 내정 개입 못 참아”
지난해 부임 후 내정 간섭 행태에 불만 쌓여
열렬한 트럼프 추종자…반UN 시위 이끌기도

리처드 그리넬 주독 미국대사가 18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 건물 앞에서 열린 항의 시위에서 연설하고 있다. 제네바/로이터 연합뉴스
독일 정치권이 여야를 막론하고 리처드 그리넬 주독 미국대사를 성토하고, 일부는 추방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냉전시대의 미국과 소련도 아닌데 외교 사절을 두고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은 그의 고압적 언행으로 쌓인 불만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데페아>(DPA) 통신은 독일 연방의회 부의장이자 자유민주당 부대표인 볼프강 쿠비키가 19일 그리넬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쿠비키 부의장은 “점령 당국 고등판무관처럼 행동하는 미국 외교관은 우리의 인내에 한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대연정에 참여하는 사회민주당의 카르스텐 슈나이더 수석원내총무도 그리넬 대사를 “완벽한 외교적 실패”로 규정하면서 “버릇없다”고 비난했다.

최강국 대사가 동맹국에서 십자포화를 맞게 만든 직접적 계기는 그가 독일의 예산 계획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내각이 짠 중기 예산 계획에는 2020년 국내총생산(GDP)의 1.37%까지 올라간 국방비가 2023년 1.25%로 다시 낮아지는 것으로 나온다. 그리넬 대사는 18일 성명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2024년까지 (국방비를 국내총생산의) 2%로 올리겠다고 분명히 다짐했다. 독일 정부가 가뜩이나 받아들일 수 없는 수준의 군사 대비 태세 공약을 오히려 더 축소하려는 것은 독일의 28개 나토 파트너들에게 걱정스러운 신호”라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열렬한 추종자인 그가 공개적 성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총생산 대비 2% 국방비’ 요구를 다시 제기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중기 계획이 그럴 뿐, 실제 예산 편성에서 국방비를 1.5%로 올린다는 계획은 변함없다고 반박했다.

독일 정치권은 그리넬 대사가 사사건건 내정에 간섭하고 비외교적 언행을 하는 것을 더 참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지난해 5월 부임한 그는 유럽 보수주의 운동 지원도 자기의 역할이라고 공언할 정도로 정치적 행태를 보였다. 독일 기업은 이란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독일이 러시아와 천연가스 파이프 사업을 계속하면 제재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최근에는 중국 화웨이의 5세대(5G) 통신장비를 쓰면 미국과의 정보 교환을 제한하겠다고 압박하는 서한을 독일 정부에 보냈다.

그리넬 대사는 18일에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공격을 다루는 회의가 열리는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인권이사회 건물 앞에서 시위에 참가해 유엔의 ‘반유대주의’를 성토하는 연설을 했다.

그를 둘러싼 갈등은 삐걱거리는 대서양 양안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우리는 미국대사가 주권을 지닌 연방공화국의 정치적 문제에 반복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더 이상 참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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