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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5 15:41 수정 : 2019.03.25 22:11

오는 31일 치러질 우크라이나 대선의 유력 후보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오른쪽)의 선거운동 텐트에서 지난 22일 한 유권자가 홍보지를 집어가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TV드라마 ‘교사→대통령’ 코미디언 급부상
웹캐스트에 ‘대통령 부인’ 신청받는 후보
유력 후보와 이름 헷갈리게 등록하기도

오는 31일 치러질 우크라이나 대선의 유력 후보인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오른쪽)의 선거운동 텐트에서 지난 22일 한 유권자가 홍보지를 집어가고 있다. 키예프/EPA 연합뉴스
여러 나라에서 정치 엘리트층에 대한 반감과 포퓰리즘이 확산하면서, 정치와 코미디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31일 대선을 앞둔 우크라이나에선 그 경계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역대 최다인 39명이 출마한 이번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호르 셰우첸코(48)는 선거운동용 인터넷 생방송에 “대통령의 부인이 되고 싶은가요?”라는 제목을 붙이고 공개 구혼에 나섰다. 미국 대학 유학파 출신인 셰우첸코는 300여명한테 온라인 지원서를 받아 심사하고 최종 후보를 10~15명으로 압축한 뒤 토론식 면접으로 배우자를 고르겠다고 밝혔다. 이런 과정을 영상 녹화해 편집한 내용을 페이스북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유력 후보는 아니지만 화제를 모으는 데는 성공하고 있다. 리얼리티 쇼로 인지도를 끌어올려 가장 성공한 정치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31일 치러질 우크라이나 대선에 출마한 이호르 셰우첸코 후보는 선거용 인터넷 생방송에 “대통령의 부인”이 될 사람을 모집하는 공개 구혼을 하고 신붓감들의 ‘경쟁’ 과정을 선거운동에 이용하고 있다. 이호르 셰우첸코 웹캐스트 갈무리
다른 군소 후보는 성명을 ‘Y. V. 티모셴코’로 등록해 논란을 일으켰다. 2004년 오렌지혁명을 이끈 뒤 총리를 역임했으며 이번 대선의 유력 후보인 율리야 V. 티모셴코 전 총리의 이름을 흉내낸 게 확실해 보인다. 두 후보는 성만 같지만, 이니셜로만 표시하면 구분이 안 돼 유권자가 헷갈릴 수 있다. 율리야 티모셴코 쪽은 “우리에게 반대하는 당국이 기술적으로 후보 등록을 한 것”이라고 선거관리위원회에 항의했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 페트로 포로셴코와 티모셴코 전 총리라는 거물, 그리고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신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3파전이다. 젤렌스키는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 <인민의 봉사자>에서 평범한 교사가 정부의 부패를 비판하는 열변을 토한 영상을 올렸다가 폭발적 지지에 힘입어 대통령이 되는 과정을 열연한 배우다. 지난해 마지막날 출마를 선언한 이래 여론조사에서 줄곧 1~2위를 달리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기성 정치의 권위를 속시원한 풍자로 무너뜨린 코미디언이 실제 정치 권력을 잡은 사례는 드물지 않다. 지난해 슬로베니아에서 최연소 총리로 당선된 마르얀 세렉, 이탈리아 연립정권의 주축인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의 창설자 베페 그릴로, 2000년대 초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시장을 지낸 욘 그나르도 코미디언 출신이다.

한편 독일 <도이체 벨레>는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온라인 미디어에선 러시아어 가짜 뉴스가 범람하면서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비비시>(BBC)와 미국 <시엔엔>(CNN)의 이름을 합성한 <비비시엔엔>(bbcnn)이란 가짜 뉴스 누리집이 “검찰이 젤렌스키 후보를 헌법 질서 파괴 모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는 소식을 퍼뜨린 게 대표적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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