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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3.26 17:48 수정 : 2019.03.26 20:24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운데)가 25일 아가토니시섬에서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가토니시섬/로이터 연합뉴스

그리스 총리, “터키 인근 섬 이동 중 위협당해”
터키 쪽은 “전투기, 통상적 임무 수행” 부인
선거 앞 에르도안은 “아야소피아 모스크 환원 가능”
그리스 “아야소피아는 인류 전체의 유산” 반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운데)가 25일 아가토니시섬에서 독립기념일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아가토니시섬/로이터 연합뉴스
터키 전투기가 그리스 총리의 헬기에 위협 비행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맞서 그리스 전투기까지 출격하는 일촉즉발 상황이 발생했다.

<에이피>(AP) 통신은 25일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아가토니시섬 인근에서 터키 전투기가 그리스 영공을 침입해 내가 탄 헬기를 향해 비행하며 항로를 방해했고, 위협을 느낀 헬기가 고도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그리스 정부는 자국 전투기가 출격해 터키 전투기의 위협 비행을 저지했다고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터키와 바짝 붙은 그리스 영토인 아가토니시섬에서 그리스인들이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제국에 맞서 독립전쟁(1821~1829년)을 시작한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가는 길이었다.

치프라스 총리는 “(터키의) 그런 어리석은 행동은 아무 의미가 없다. 쓸데없이 연료 낭비만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터키와 대화하고 협력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우리 조상이 가르친 것처럼 그리스의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익명의 터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우리 전투기는 위협 비행을 하지 않고 통상적 임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400년 가까이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다 1830년에 독립한 그리스는 터키와 앙숙 관계다. 그리스계와 터키계가 섞여 있는 키프로스섬 문제를 두고 터키와 전쟁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2016년 7월 쿠데타 실패 후 그리스로 망명한 군인 8명을 송환하라는 터키의 요구를 그리스가 거부한 것도 관계를 악화시켰다.

터키 전투기가 고의로 그리스 총리의 헬기를 위협했다면, 31일 지방선거를 앞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쪽으로 의심이 간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24일 “아야 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바꿀 수 있다”고 발언해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6세기에 동로마제국이 건설해 교회로 쓰인 이스탄불의 아야 소피아는 15세기에 오스만튀르크가 모스크로 바꿨다가, 터키의 세속화를 추구한 케말 아타튀르크 때인 1935년 종교시설이 아닌 박물관이 됐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최근 뉴질랜드 모스크 테러범이 아야 소피아의 미나레트(모스크 첨탑)를 파괴하겠다고 하자, 이참에 아야 소피아의 모스크 환원을 요구하는 무슬림들의 표심을 잡으려고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동로마제국의 적통을 자임하는 그리스 정부는 “아야 소피아는 기독교의 위대한 성소일 뿐 아니라 인류 전체의 소유물”이라며 “아야 소피아의 이런 지위를 문제삼는 것은 기독교인들에 대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제사회와 국제법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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