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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6 18:09 수정 : 2019.04.17 11:24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내부 유물 소실 우려
가시면류관·생루이 튜닉 등 일부 건져냈지만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 등 무사 여부 불확실

프랑스 파리 시테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에 15일(현지시각) 오후 6시50분께 화재가 발생해 1시간여 만에 첨탑이 무너지고 지붕 3분의 2가 사라졌다. 파리/AFP 연합뉴스
성난 불길이 프랑스 고딕 건축 양식의 절정인 첨탑을 삼켜버리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850여년 전 서로 다른 참나무들을 베어 만든 기둥을 격자로 엮어 ‘숲’이란 별명으로도 불려온 지붕은 성난 화마 앞에 불쏘시개나 다름없었다.

15일(현지시각)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첨탑에서 검은 연기가 올라오기 시작한 지 불과 1시간여 뒤인 오후 8시7분, 850여년 역사의 대성당 첨탑과 지붕 3분의 2가 와르르 소리를 내면서 불구덩이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 내무부는 16일 대성당의 중요 부분인 서쪽 파사드(정면) 좌우 종탑 2개를 비롯한 주요 구조물은 무사하다고 밝혔지만, 피해 상황이 정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어 내부 유물 소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의 제단 앞 성가대석 부분이 잿더미로 변했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당국은 대성당 건축 당시에 세워졌다가 프랑스혁명 과정에서 파손돼 19세기에 재건된 첨탑과 지붕의 상당 부분이 불에 타 무너지고, 첨탑 아래 천장(볼트)도 소실됐다고 밝혔다. 내부 사진을 보면, 동쪽 끝 제단과 주변 유리창은 화마를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첨탑 아래 성가대석(콰이어) 부분은 잿더미로 변했다.

‘장미창’이라고 불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명물 스테인드글라스 창.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1163년 건설을 시작해 1345년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건물 자체도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프랑스와 가톨릭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를 대거 소장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화재 초기에 유물 일부를 꺼내 옮겼다는 점이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소방관과 경찰관 등이 인간띠를 만들어 ‘가시면류관’과 생 루이(13세기 프랑스 왕 루이 9세)의 ‘튜닉’(품이 넓고 긴 상의) 등 일부 유물을 건져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밝혔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관하는 예수의 가시면류관, 십자가 조각, 십자가 못 등 성유물들은 4세기에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발굴했다고 알려진 것들이다. ‘진품’ 여부는 논란이 있지만 최소한 중세 이래로 기독교인들의 열렬한 숭배의 대상이었다. 성유물들은 1239년 생 루이가 당시 동로마제국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있던 십자군 황제 보두앵 2세한테 담보로 받은 것들이다.

노트르담 성당이 보관하는 ‘예수의 가시면류관.’
하지만 장미창으로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많은 회화·조각품 등이 무사한지는 16일 낮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성당의 서쪽·남쪽·북쪽을 장식하는 정교한 원형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은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누리집에 “기독교 예술의 정수”라고 소개할 정도의 작품이다. <뉴욕 타임스>는 파리 대교구를 인용해, 고열로 인해 유리창을 고정하는 납이 녹아내리는 등 장미창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불길이 미치지 않은 서쪽 파사드의 장미창은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남쪽 트랜셉트(위에서 볼 때 십자가 모양을 구현하려고 좌우로 돌출시킨 건물 구조)에 있는 장미창이 온전한지 여부가 우려스럽다. 또다른 명물인 가고일(동물 등의 모양으로 외부에 붙인 조각상)들도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시대에 제작된 대형 파이프 오르간을 비롯해 성경 속 장면 등을 묘사한 다양한 조각상, 동상, 회화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베드로의 순교와 바울의 개종 등 신약 사도행전 장면들을 묘사한 연작 그림 76장도 이 중 하나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 회원들이 1630~1707년 제작한 것들이다. 이 예술품들이 직접적인 화마를 피했다고 하더라도 고열과 그을음, 진화에 사용된 물로 인해 상당 부분 손상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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