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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17 10:43 수정 : 2019.04.17 19:37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마크롱, 자신이 졸업한 ENA 폐지 제안
엘리트 고등교육 그랑제콜 개혁 시사
프랑스의 엘리트주의 혁파의 일환
노란조끼 시위대 불평등 개선 요구 부응
노트르담 화재 계기 여론 단합 호소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엘리트 교육기관인 그랑제콜의 하나로 자신도 졸업한 국립행정학교(ENA)의 폐지를 제안할 방침이라고 <르 피가로>가 16일 보도했다. 사회 불평등에 대한 ‘노란조끼 운동’ 등의 반발을 무마하려는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애초 두 달간 진행된 ‘국가 대토론’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16일 방송 연설로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전날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탓에 연기했다. 이 신문은 마크롱 대통령의 연설문에는 국립행정학교 폐지, 감세, 연금의 물가 연동제 등 민심을 달래는 내용들이 들어 있다고 전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해 말 유류세 대폭 인상으로 촉발된 노란조끼 시위가 계속 이어지면서 곤란한 상황에 처해 있다. 고위 관료들과 정치인들의 양성소인 국립행정학교의 폐지 방침까지 밝히려는 것은 엘리트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유출된 연설문에는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사회와 훌륭한 국가를 건설하려면 고위 공직자 계층에 대한 충원과 경력 관리, 접근 문제를 재조정해야 한다”며 “이것이 국립행정학교와 다른 여러 기관들을 폐지하려는 이유”라고 나와 있다.

국립행정학교 등 그랑제콜은 각계 엘리트들을 양산해왔다. 그랑제콜에는 이 학교 외에도 파리정치학교(시앙스포), 종합기술학교, 고등사범학교 등이 있다. 특히 2년제인 국립행정학교는 2차대전 직후 돈과 영향력을 가진 계층의 고위 공직 독점을 끝내고 서민층에도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져 정·관계는 물론 재계 고위직들도 양산해왔다. 마크롱 대통령뿐 아니라 에두아르 필리프 현 총리도 이곳 출신이고, 프랑수아 올랑드, 자크 시라크,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등 전직 대통령들도 배출했다.

그러나 이 학교가 설립 취지에 역행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폐지론도 제기됐다. 1945년 개교 이래 졸업자가 1만명도 안 되는 점은 소수정예 학교로서의 명성에 기여했지만 독점 논란을 심화시켰다. 오를레앙대 역사학 교수 장 가리그는 국립행정학교 폐지 제안은 “선동적”이라면서도 “국립행정학교가 일종의 권력자들의 성채로 인식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노란조끼 운동의 반발과 낮은 지지율에 시달려온 마크롱 대통령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여론을 단합시키는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그는 16일 “우리는 무엇이었으며 무엇이 돼야 하는가를 생각하며 이 재난을 더 나은 우리가 되는 기회로 바꾸자”며 “우리를 만들고 단합시키는 국가적 목표”를 재발견하자고 호소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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