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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21 11:38 수정 : 2019.04.21 19:58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뒤 20일 파리 도심에서 열린 노란조끼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해, ‘공화국광장’ 주변에서 노상의 오토바이 등에 대한 방화가 잇따랐다. 파리/AP 연합뉴스

프랑스 계급 갈등 불쏘시개 된 노트르담 화재
20일 노란조끼 시위, 노트르담 복원에만 관심갖는 상류층 비난
‘대성당에는 10억유로, 우리에게는 아무 것도 없다”
노르트담 화재 비웃는 도심 화재 빈발
‘부자들의 노트르담 기부는 세금 혜택 때문’ 비판도

프랑스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뒤 20일 파리 도심에서 열린 노란조끼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해, ‘공화국광장’ 주변에서 노상의 오토바이 등에 대한 방화가 잇따랐다. 파리/AP 연합뉴스
15일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가 ‘노란조끼’로 상징되는 프랑스 계급 갈등의 불쏘시개가 됐다. 반년이나 이어져 온 노란조끼 시위대의 호소를 일축하던 프랑스 상류층들이 대성당 복구를 위해 거액의 돈을 선뜻 내놓자 억눌렸던 분노가 다시 폭발한 것이다.

주말이던 20일 파리 도심에서 진행된 23차 노란조끼 시위대는 “노트르담을 위해서는 모든 것, 레미제라블(불쌍한 이들)을 위해서는 아무 것도 없다”란 글귀가 적힌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프랑스 대혁명 시기 사회 불평등을 그린 프랑스의 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레미제라블>의 어구를 인용한 것이다. 프랑스 경제부 청사 밖을 지나던 시위대들의 노란조끼엔 “마크롱, 당신은 가난한 이들의 것을 빼앗아 부자들에게 준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지난 15일 ‘프랑스의 심장’이라 불리던 노트르담 대성당의 지붕이 불에 탄 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성당에 대한 애도의 마음을 국민 화합에 활용하기 위해 국민 모금을 호소했다. 프랑스의 주요 기업들이 적극 호응하며 눈 깜짝할 새에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가 모였다. 그러자 20일 모인 노란조끼 시위대들이 “사람이 먼저다, 노란조끼에게 10억유로를!”이라고 외치며 프랑스 상류층들의 이중적 태도에 분노를 쏟아낸 것이다.

뜻밖의 사태 전개에 마크롱 대통령과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성당 복원을 위해 2억유로를 내놓겠다고 밝힌 루이뷔통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는 “잘못된 논쟁이다”며 “공중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는데 비판받는 것은 아주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성당 복원에 거액을 내놓는 것은 ‘세금 감면’ 때문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프랑수아 앙리 피노 케링그룹 최고경영자는 기부금 1억유로에 대해 어떤 세금 혜택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시위는 오후들어 폭력적으로 변했다. 파리 중심부 ‘공화국광장’ 주변에 있던 오토바이·쓰레기통·자전거·자동차 등이 잇따라 불에 탔다.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시위 참여자들이 불을 질러 검은 연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상류층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대성당 화재를 비웃는 방화로 추정된다. 복면을 쓴 이들이 새총 등을 쏘고, 점포 유리창을 깨고 약탈을 시도하자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대응했다. 영국 <가디언>은 마크롱 대통령이 2024년 파리 올림픽 개최에 맞춰 대성당 복원은 약속하면서도, 프랑스 전역에서 이어지는 노란조끼의 요구는 도외시하고 있다고 분노의 원인을 짚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15일 노란조끼 시위대의 요구 등에 대처하는 대국민 연설을 하려다 화재 때문에 취소했다. 그는 이 연설에서 프랑스 엘리트주의의 상징인 엘리트 교육기관인 국립행정학교 폐지 등 그랑제콜 개혁을 발표하려 했었다. 마크롱은 25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재차 사태 해결을 시도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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