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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4.30 14:18 수정 : 2019.04.30 20:37

지난 26일 노르웨이 최북단 해안에서 러시아 표식을 단 벨트가 몸에 묶인 흰돌고래가 어선에 접근해 포획되고 있다. BBC 화면 갈무리

최북단 해안서 러시아어 표식 띠 두른 채 포획돼
“고프로 카메라 거치대 장착…카메라는 없었다”
러 학자 “우린 그런 실험 않지만 군 관련일 듯”
미 해군도 1959년부터 해양포유류 군사작전 활용

지난 26일 노르웨이 최북단 해안에서 러시아 표식을 단 벨트가 몸에 묶인 흰돌고래가 어선에 접근해 포획되고 있다. BBC 화면 갈무리
노르웨이 해안에서 생포된 흰돌고래는 러시아의 ‘스파이 고래’일까?

지난 26일 북극에 가까운 노르웨이 최북단 항구 도시 잉외위아의 해안에서 어부들에게 포획된 흰돌고래가 러시아 해군의 첩보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29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노르웨이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흰돌고래는 목 부위에 러시아 표식이 붙은 벨트 2개가 단단히 묶여져 있었으며, 최근 며칠 새 잉외위아 앞바다의 노르웨이 선박들에 자주 접근해 먹이를 달라는 동작을 보였다고 한다. 어부들은 고래의 몸에서 벨트를 풀어준 뒤 바다로 돌려보냈다고 <데페아>(dpa) 통신이 전했다.

노르웨이 트롬쇠 대학의 해양생물학자인 에우둔 리카르드센 교수는 “이 흰돌고래의 가슴 지느러미와 머리 사이에 러시아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라고 쓴 목줄이 매우 견고하게 묶어져 있었으며, 탈부착 클립이 달려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목줄에는 고프로 카메라 거치대가 부착돼 있었으나 카메라는 없었다고 밝혔다. 고프로 카메라는 가볍고 해상도가 뛰어난 소형 카메라로, 드론 촬영용으로 많이 쓰인다.

지난 26일 노르웨이 최북단 해안에서 러시아 표식을 단 벨트가 몸에 묶인 흰돌고래가 어선에 접근해 포획되고 있다. 노르웨이 NRK 방송 화면 갈무리
잉외위아에서 동쪽으로 약 400km 거리에 있는 러시아 도시 세베로모르스크는 러시아 북방함대의 모항이다. 노르웨이 쪽에서는 흰돌고래가 러시아의 첩보 활동에 투입된 것일 수 있다고 본다. 한 러시아 신문은 2017년 러시아 해군이 세베로모르스크와 가까운 무르만스크의 해양생물연구소에서 흰돌고래, 돌고래, 물개를 군사용으로 사용하는 실험과 훈련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카르드센 교수는 “러시아 쪽의 한 동료 해양생물학자는 자신들은 그런 실험을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며 “그러나 그 학자는 ‘러시아 해군이 최근 몇년새 흰돌고래들을 포획해 훈련시키고 있다는 걸 안다. 이 흰돌고래도 그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리카르드센 교수는 “흰돌고래는 다른 돌고래 종이나 범고래처럼 상당히 영리한데다 사회적 동물이어서 개처럼 길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는 흰돌고래가 러시아의 첩보 활동에 투입되고 있을 가능성을 우려하지만 러시아 해군 쪽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해양 포유동물들의 군사적 활용에 관한 글을 쓰고 있는 러시아의 빅토르 바라네츠 예비역 대령은 러시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우리가 이 동물을 스파이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면, 휴대폰 전화번호를 목줄에 부착하고 ‘이 번호로 전화해 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남겨놓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미국 해군의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으로 훈련 받은 바다사자가 수중에서 해군 장비의 위치를 파악해 회수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국 해군 누리집 갈무리
그는 “우리는 전투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군용 돌고래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런 사실을 감추지 않는다”고 밝혔다. 크림반도에 있는 군용 돌고래 훈련센터에서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돌고래들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그 임무는 해저지형 분석, 해안 방어, 적군 잠수부 살해, 적 선박 기뢰 부착 등을 아우른다는 것이다. 이 시설은 애초 우크라이나 소유였으나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무력 합병하면서 손에 넣었다.

앞서 미국은 냉전 시절부터 돌고래 등을 군사 용도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미 해군 인터넷 누리집의 관련 페이지를 보면, 미 해군 해양정보전센터 산하 정찰·차단국은 1959년부터 ‘해군해양 포유류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 해군이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으로 돌고래를 훈련시키는 모습. 미 해군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해양 포유동물의 건강, 생리, 감각기관 시스템, 행동 등에 관한 1500여건의 과학 출판물을 냈다고 홍보한다. 미국 해군 누리집 갈무리
첫해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이어 이듬해부턴 인근 포인트 로마에서 돌고래와 바다사자를 훈련시켜 수중 기뢰 탐색, 위험물 탐지, 미국 선박들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잠수사 포착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해군은 실제로 베트남전과 2003년 이라크 침공 때 돌고래를 기뢰 제거 등 군사작전에 투입했다. 이같은 ‘동물 해병대’는 단거리 이동 때에는 소형 보트 옆에서 헤엄치거나 보트에 올라타 이동하며, 장거리 원정 때엔 군함 또는 군용기에 태워 옮긴다고 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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