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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5.27 18:09 수정 : 2019.05.27 20:45

정치 변화를 촉구하는 글로벌 시민단체인 ‘아바즈’가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발표된 26일 브뤼셀 유럽의회 앞에서 “유럽이여 저항하라”라는 글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나흘간 치러진 EU의회 선거
20년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
중도 제1·2당인 EPP·SD그룹

의석 합쳐 392석…과반안돼
“유럽연합 살려면 바뀌어야”
‘유권자가 보낸 메시지’ 평가

정치 변화를 촉구하는 글로벌 시민단체인 ‘아바즈’가 유럽의회 선거 결과가 발표된 26일 브뤼셀 유럽의회 앞에서 “유럽이여 저항하라”라는 글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브뤼셀/AFP 연합뉴스
5월23~26일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40년간 의회 권력을 장악해왔던 중도 세력이 의석의 절반도 못 건지는 결과를 얻었다. 그 틈을 비집고 녹색당과 극우 정당들이 몸집을 불렸다. 중도 지대가 얇아지고, 좌·우 양쪽으로 더 벌어지는 유럽 정치의 앞날을 예측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럽연합(EU) 선거관리위원회가 27일 새벽 발표한 국가별 개표·집계 전망을 보면,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인민당(EPP) 그룹이 전체 의석(751석)의 23.8%를 득표해 179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제1당 자리는 지켰지만, 현재(217석)보다 38석이나 줄어든 수치다. 연정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당(S&D) 그룹도 37석 줄어든 150석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두 정파의 의석을 합쳐도 329석으로 과반(376석)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두 중도 성향 블록의 과반 의석이 무너진 것은 1979년 유럽의회 선거 시작 이후 처음이다.

두 중도 블록의 표를 갉아먹은 건 녹색당과 극우 정당 그룹들이다. 녹색당의 경우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힘입어 이번 선거에서 18석을 늘리며 70석을 확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극우·포퓰리즘 성향의 유럽민족자유(ENF)와 자유와직접민주주의의유럽(EFDD)은 기존보다 각각 21석, 15석 증가한 58석, 56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됐던 ‘돌풍’에는 미치지 못 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프랑스·영국·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에서 많은 표를 모은 데다, 이들과 보조해 강력한 반난민 정책을 주장하는 유럽보수개혁(ECR)의 58석까지 합할 경우 172석이나 돼 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시엔엔>(CNN) 방송은 선거 결과를 두고 ‘유럽연합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달라져야 한다’고 유권자들이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높은 투표율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 의지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51%를 넘어,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기존 주류 정당에 염증을 느껴 갈 곳을 잃은 유권자들이 기후변화나 반난민·반유럽통합 등 저마다의 관심사에 따라 ‘극단적 대안’도 마다하지 않고 적극적 목소리를 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에서 무조건적인 유럽연합 탈퇴를 주장하는 브렉시트당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가운데, 브렉시트에 반대하는 자유민주당이 보수당과 노동당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것도 한 예다.

문제는 ‘개혁’의 방향이다. 서로 엇갈리는 목소리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상황에서, 중도표 이탈 현상은 대화와 타협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유럽자유민주동맹(ALDE) 그룹과 녹색당이 ‘친 유럽 통합’ 성향을 보이고 있어, 1·2위를 차지한 두 중도 정당과 손잡고 기존의 정책 방향을 이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연정 구성의 키를 쥔 유럽자유민주동맹 그룹의 지도자 가이 베르호프슈타트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두 중도 정당 과반 체제가 무너졌다”, “우리의 도움 없이는 ‘친 유럽 통합’ 세력이 확실한 과반이 되기 어렵다”며 주판알을 튕겼다. 이와 관련, 그가 선거 전 인터뷰에서 “다른 (유럽)연합이 필요하다. 지금의 연합으로는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한 것이 주목된다. 정책 방향의 전환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유럽자유민주동맹은 이번 선거에서 39석 증가한 107석을 얻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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