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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6 14:02 수정 : 2019.06.26 21:18

유럽에 때이른 폭염이 닥친 25일,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근처 분수대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이번주 프랑스·스페인 최고기온 기록 갱신
대서양 열대성 폭풍에 사하라 열기 덮쳐

2003년 폭염 7만명 사망 악몽 속 대책 분주
유엔 “기후변화도 아파르트헤이트(차별)” 경고

유럽에 때이른 폭염이 닥친 25일,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 근처 분수대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파리/EPA 연합뉴스
“불지옥(inferno)이 닥쳐온다.”

스페인 공영 <라디오·티브이 방송공사>(RTVE)의 기상캐스터는 지난 24일 트위터로 주간예보를 전하면서 전국이 벌겋게 달아오른 기상도 위에 이렇게 썼다. “여름에 더운 건 당연하지만 이번처럼 집중적이고 강력한 열파는 정상이 아니”라고도 했다.

섭씨 40도를 오르내리는 때이른 폭염이 유럽을 덮치고 있다. 프랑스·네덜란드·벨기에 등 일부 국가가 열파주의보를 발령하는 등 북유럽을 제외한 대다수 유럽 국가가 비상 태세에 돌입했다. 28일 금요일엔 스페인 북동부와 프랑스 남부 지역의 낮 최고기온이 섭씨 45도까지 치솟을 것이란 예보가 나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전했다. 그렇게 되면 프랑스에서 역대 6월 최고 기록인 2003년 6월21일의 41.5도를 훨씬 웃돌 뿐 아니라, 그해 8월12일에 세워진 최고기온(44.1℃) 기록마저 경신하는 것이다.

스페인 <공영방송공사>(RTVE) 기상캐스터가 24일 트위터에 올린 주간예보. 전국이 벌겋게 달아오른 기상도 위에 “불지옥(inferno)이 닥쳐온다”고 썼다. 트위터 갈무리
기상학자들은 6월 마지막 주에 프랑스와 스페인 뿐 아니라 이탈리아·오스트리아·벨기에·체코·덴마크·독일·네덜란드·스위스 등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종전 최고기온 기록을 깰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 포츠담기후영향연구소의 한 기상학자는 트위터에 “1893년 연구소가 개설한 이래 관측해온 역대 6월 기온 기록이 (이번 주에) 2℃ 이상 높은 기온으로 갱신될 것”이라고 썼다.

유럽에서 6월에 이례적으로 높은 찜통더위가 닥친 것은 대서양 동쪽에 열대성 폭풍이 정체돼 있고 중·동부 유럽에는 고기압권이 버티고 있어 그 사이로 사하라사막에서 형성된 뜨거운 공기가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계절의 변화에 미처 적응하기 전인 초여름에 열파가 닥치는 것은 특히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유럽은 2003년 폭염 때 프랑스에서만 1만5000명을 포함해 무려 7만명이 숨진 악몽이 깊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사망자 대다수는 더위를 피하지 못했거나 냉방 대책이 없던 노약자와 빈곤층이었다.

25일 독일 베를린의 동물원에서 코끼리들이 몸에 물을 끼얹어 체온을 식히고 있다. 베를린/AFP 연합뉴스
각국 정부는 긴장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프랑스 교육부는 이번주로 예정됐던 각급 학교 시험을 연기했으며, 교통부는 배기가스의 악영향을 우려해 오래된 자동차의 도심 운행을 금지했다. 파리시 당국은 밤 10시까지 대형 풀장 개방, 저소득층 지역에 임시 수영장 무료 개방, 대형 주차장 24시간 개방, 시청 특별 냉방실 운영, 거리 곳곳에 음용수대 확충, 노숙자들을 위한 샤워 시설 제공 등의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독일도 아스팔트 도로가 열기로 파손돼 교통사고를 유발할 것을 우려해 아우토반에 속도 제한을 도입했다.

한편 유엔 인권이사회의 필립 앨스턴 ‘극빈과 인권’ 특별보고관은 25일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세계가 기후 아파르트헤이트(차별)에 직면해 있다”며 각국 정부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부유층은 폭염과 기아, 분쟁을 재력으로 회피하는 반면 세계의 나머지 인구가 고통을 떠안는 ‘기후 차별’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기후변화가 최근 50년간 이룬 경제발전과 공중보건, 빈곤 감소를 원점으로 돌릴 수 있으며, 2050년까지 개발도상국들에서 1억4000만명의 노숙자로 생겨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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