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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03 15:56 수정 : 2019.07.03 20:41

2일 독일 쾰른에서 시민들이 지중해 난민을 구조해 이탈리아에 입항했다가 체포된 카롤라 라케테 선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쾰른/AFP 연합뉴스

이탈리아 법원, “인명구조 의무 이행, 잘못 없다”
지중해 난민 40명 구조 뒤 17일간 떠돌다 입항
입항 막은 극우 부총리 “포기 않겠다” 불만
독·이탈리아에선 일주일새 후원금 143만 유로

2일 독일 쾰른에서 시민들이 지중해 난민을 구조해 이탈리아에 입항했다가 체포된 카롤라 라케테 선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쾰른/AFP 연합뉴스
지중해에서 난민 40명을 구조해 배에 태우고 이탈리아로 무허가 입항했다가 체포된 독일 선장에 대해 이탈리아 법원이 석방을 명령했다.

시칠리아 법원의 알레산드라 벨라 판사는 2일 난민구조선 시워치 3호에 지중해 난민들을 태우고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입항했다가 체포된 카롤라 라케테(31)의 구금을 연장해달라는 검찰의 요청을 거부하고 석방했다고 현지 <안사>(ANSA) 통신 등이 전했다. 벨라 판사는 결정문에서 라케테 선장이 ‘생명 보호’라는 의무를 이행했으며 어떤 범법행위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 12일 라케테 선장은 리비아 연안에서 표류하던 난민들을 구조한 뒤 이탈리아로 향했으나, 이탈리아 정부가 영해 진입을 불허해 17일 동안이나 폭염 속에서 바다 위를 떠돌다 29일 최남단 람페두사섬에 입항했다.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 해안경비정과 충돌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라케테 선장은 즉시 체포돼 구금됐다. 독일 출신의 라케테 선장은 해양과학을 공부한 뒤 해상조난 구조 단체 ‘시 워치’에서 활동해왔다.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최남단 람페두사 섬 항구에서 지중해 난민을 구조해 입항한 독일의 라케테 선장이 이탈리아 경찰에 곧바로 체포되고 있다. 람페두사/로이터 연합뉴스
난민선 입항을 막았던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부총리는 “법을 무시하고 경찰 보트로 돌진하는 것은 감옥행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며 법원의 결정에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법원의 결정이 분노스럽고 역겹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용이 얼마가 들든, 이탈리아의 영예와 안녕과 희망과 존엄을 복구하겠다”고도 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극우 포퓰리즘 정당 북부동맹의 대표로, 완강한 난민 반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라케테 선장은 구금에서 풀려났지만 불법 입국 지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탈리아 집권 연정은 지난달 난민선의 ‘불법 영해 진입’에 대해 최고 5만유로(약 66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법규를 신설했다. 독일에선 라케테를 돕자는 온라인 캠페인이 벌어져 2일 현재 조성된 기금이 이미 100만유로(약 13억2170만원)에 육박했으며, 이탈리아에서도 페이스북에서 라케테 지원 운동이 벌어져 일주일만에 43만5000유로가 모였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시 워치의 대변인은 2일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연대는 두 가지를 보여준다. 시민사회가 우리 뒤에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이 바다에 빠져 죽게 내버려두는 정책에 맞서 우리를 지켜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 양국에서 조성된 지원 기금은 향후 난민 구조 활동에 쓰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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