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영국 등 6개국 엄마의 아이 키우기 추적
‘BBC’ 영국 6개국 엄마의 아이 키우기 추적
세계의 엄마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을까? 세계보건기구(WHO)는 볼리비아와 인도, 라오스, 에티오피아, 이집트, 영국에서 각각 9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여섯 명의 엄마들을 추적하고 있다. 임신에서 출산, 육아에 이르는 과정을 면밀히 비교하기 위해서다. 영국 <비비시>(BBC)가 22일 전한 이들의 삶은 모성애를 빼면 천차만별이다.
볼리비아 코추마에서 아들 알베르스를 키우는 도미아나 마마니는 알베르스의 건강에 특히 신경을 쓴다. 알베르스가 몇 주 전부터 가벼운 감기에 설사 증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에선 폐렴, 말라리아, 홍역이 심해 아이들 15명 가운데 1명은 다섯 살을 넘기지 못한다. 수돗물 사정도 좋지 않아 마마니는 알베르스에게 염소로 직접 소독한 물을 먹인다.
인도 델리에 사는 레누 샤르마는 딸 모니카의 몸무게를 알지 못한다. 마을에 체중계가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18시간을 일하는 샤르마에겐 모니카가 건강하게 커주는 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가 사는 곳은 말라리아 감염지역이어서 모기장이 필수적이지만, 그에겐 그만한 돈이 없다. 다행히 올해엔 모기가 많지 않다. 인도에선 다섯 살 이하 어린이의 38%만이 모기장 속에서 잠든다.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딸 랑을 키우는 보운리드는 요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하다. 랑이 기침을 자주 하는데 병원에 가지 못해서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돈을 버는 보운리드로선 생계를 이어가는 것 자체가 힘들다. 남편은 신경병을 앓는데다 툭하면 말라리아에 걸려 일을 하지 못한다. 랑은 구멍이 숭숭 뚫린 모기장에서 생활한다. 라오스에선 아이들의 15%만이 제대로 된 모기장에서 잠을 잔다.
에티오피아에서 히와트 아브라함이 키우는 딸 엘리자베스는 사정이 더욱 좋지 않다. 지난달부터 설사가 심하다. 모기장 하나 없는 형편이어서 말라리아에 걸렸을까봐 두렵다. 아브라함은 하루에 12시간을 일하지만 월급은 9달러도 채 되지 않는다. 그나마 남편까지 비료공장에서 일하는 덕에 옆집에서 1리터에 2센트를 주고 산 물을 엘리자베스에게 먹일 수 있어 다행이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딸 바산트를 키우는 사마 모하메드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모하메드는 병원에서 발급한 바산트의 건강카드를 갖고 있다. 바산트는 파상풍과 결핵, 소아마미 예방주사를 맞았다. 최근엔 젖을 끊고 채소와 과일쥬스, 계란 등을 먹는다. 이집트에선 26명 가운데 1명이 다섯 살이 되기 전에 세상을 뜬다. 결핵, 말라리아, 홍역 등 제때 손대면 모두 치료할 수 있는 병들이 주원인이다.
영국 런던에 사는 클레어 로슈는 딸 이사벨라를 매일 목욕시킨다. 아침엔 시리얼을 먹이고, 저녁에 닭고기와 야채를 먹인다. 매일 두 차례 우유를 먹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런던의 수돗물은 안전하고 깨끗하지만 이사벨라에겐 생수를 먹인다. 매주 목요일은 이사벨라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날이다. 영국에서 다섯 살 이전에 죽는 아이는 167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하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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