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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7.16 17:23 수정 : 2019.07.16 20:17

옛 동독지역이었던 한자도시 비스마 시내 모습. 비스마시 인구는 통일직전인 1989년 5만8000명에서 2017년엔 4만2900으로 줄었다.

통일 30주년 앞둔 독일, 동독 낙후 여전
동독지역 극우정당 선호 급상승 ‘새 현상’

최근 1인당자산 격차 서독이 동독의 4배
동독주민 서독 이주 지속…‘동독 공동화’

정부, 동독 균형발전 대대적 투자정책 발표

옛 동독지역이었던 한자도시 비스마 시내 모습. 비스마시 인구는 통일직전인 1989년 5만8000명에서 2017년엔 4만2900으로 줄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은 치과에 올 수가 없어요. 버스가 다니지 않기 때문이죠.” 옛 동독 지역인 독일 북동쪽 브란덴부르크 주의 우커마르크에서 치과를 운영하는 치과 의사 케르스틴 핑어(59)는 직접 올 수 없는 고령 환자들을 화요일마다 찾아가 내진하고 있다. 옛 동독 낙후 지역엔 인구가 줄어들면서 대중교통이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 곳도 많기 때문이다.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1989년 11월 9일, 공식 통일완성은 1990년 10월 3일)을 맞은 지금 독일은 옛 동독과 서독의 지역 간 발전 및 빈부 격차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베텔스만 재단의 ‘2019년 지역재정보고’에 따르면 최근 독일의 견조한 경제성장 시기에도 동독지역은 성장의 수혜로부터 박탈을 겪어왔다. 교통·교육기관·인재 같은 사회경제 인프라가 취약한 게 주요 요인이다. 동독지역 주민들의 불만은 극우당인 ‘독일을 위한 정당’의 약진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2017년 극우당은 12.6%를 득표하며 연방의회에 입성했다. 당시 동독지역에서의 득표율은 22.5%에 달했다.

동독지역은 라이프치히, 드레스덴 같은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 지방자치구 재정상태에서 부채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인구 공동화 심화가 배경에 있다. 물론 서독지역도 옛 탄광 도시였던 루르 지역 도시 등은 경제발전에서 낙오됐지만 동독지역은 낙후지역이 광범위하다.

동독과 서독의 개인 자산 차이도 크다. 2017년 독일 연방은행 통계에 따르면 2017년 옛 서독인 1인당 평균자산(9만2500유로·약 1억2268만원)이 옛 동독인 평균자산(2만3400유로)보다 4배 많았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때 얼싸안고 기뻐하던 동독 사람들이 당시엔 결코 상상하지 못한 상대적 열패감이다.

물론 동독의 공동화 현상은 동서독이 분단된 이후부터 오랜 세월에 걸쳐 진행됐다. 2차 대전 후 수백만의 인구가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했다. 이주는 장벽이 쳐진 1961년에야 막혔다. 1991년~2017년까지 남아있던 동독 인구의 4분의 1이 서독으로 이주했다.

출처: 독일연방통계청
통일 직후 1991년에만 한해 26만9천명이 서독으로 이주했다. 통독으로 대부분의 동독 기업들이 문을 닫으면서 실업률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그 후 해마다 연 15만명 이상이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했다. 2017년이 돼서야 각각 상대방 지역으로 이주하는 숫자가 연 10만명 정도로 거의 같아졌다. 그러나 옛 동독지역에 아직 남아있는 사람은 대부분 떠날 수 없는 노인 등이 대다수다. 옛 동독은 인구 노령화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동독지역 노령화·공동화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원인 중 하나가 출산율의 급속 저하다. 통일 직후 직장을 잃고 불안정했던 젊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지 않거나 가족계획을 미뤘다. 옛 동독지역 출산율은 1989년 1.56명에서 1994년 0.83명으로 떨어졌다. 당연히 동독주민 평균연령은 1990년 37.9세에서 2017년 46.3세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옛 서독주민은 39.6세에서 44.1세로 바뀌었다. 다만 옛 동독지역이었던 포츠담이나 라이프치히 등 일부 대도시는 활기를 되찾고 인구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옛 동독지역인 작센, 브란덴부르크, 튀링엔 등 3개 주에서 오는 9월·10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 5월 말 유럽의회 선거 때 브란덴부르크와 작센 주에서 극우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이 각각 19.9%와 25.1%의 득표율을 얻으며 제1당으로 부상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러자 지난 10일 독일 정부는 동서독 지역균형발전에 2030년까지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며 12개 중점 정책을 발표했다. 농업부·가족부·내무부가 협력해 동서독 낙후지역의 이동통신, 인터넷망, 교통망을 구축하고 재정 부채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옛 동독지역 낙후 문제에 정치적으로 적극 관여하겠다는 뜻이다.

옛 동독지역이었던 한자도시 비스마 시내 모습. 비스마시 인구는 통일직전인 1989년 5만8000명에서 2017년엔 4만2900으로 줄었다.
클뢰크너 농업부 장관은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에서 극단적 정치운동이 일어난다”며 “낙후한 시골에 사는 것이 도시에 사는 것보다 더 위험해져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제호퍼 내무부 장관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지역에 정보기술안보청과 경찰청 등 정부 기관을 옮기겠다”고도 발표했다. 정부 관공서가 들어서면 기업·연구소도 뒤따라 설립될 것으로 기대한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hanbielefel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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