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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5 16:47 수정 : 2019.08.05 20:42

지난 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야권 지도자인 류보피 소볼 변호사(가운데)가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려다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반정부 야권 봉쇄
“단식은 권리수호 방식”…시위 구심 떠올라

23살부터 정부재정 감시…신생야당 핵심으로
야권 “시위 계속”…시 당국 “혼란 용납 못해”

지난 3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야권 지도자인 류보피 소볼 변호사(가운데)가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려다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모스크바/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야당 정치인이자 시민운동가인 류보피 소볼(31) 변호사는 요즘 바깥을 나설 때면 동료의 부축을 받아 어렵게 걸음을 내디딘다. 벌써 3주째로 접어든 단식투쟁으로 부쩍 힘이 빠져서다. 소볼 변호사는 지난 3일(현지시각) 모스크바에서 열린 민주화 시위에 참석하려다 경찰에 곧바로 체포됐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독재에 반대하는 시위대의 상징적 구심으로 떠올랐다. 소볼은 경찰서에서 수 시간 만에야 휴대폰을 돌려받은 뒤 트위터에 “오늘 시위에 나선 모든 용감한 모스크바 시민들이여, 당신들이 자랑스럽다”는 글을 올렸다고 <모스크바 타임스>가 보도했다.

소볼은 지난달 20일 모스크바 시민들이 공정선거를 요구하는 주말 시위를 시작할 때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최근 현기증과 기력 감퇴를 호소하지만 투쟁 의지를 꺾을 생각은 조금도 없다. 모스크바에선 최근 두 차례 주말 시위로 1800여명이 한때 체포됐으며, 반정부 핵심 인사들은 여전히 구금 중이다. 반정부 시위는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가 오는 9월 치러질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출마하려던 야권 및 무소속 후보들의 추천인 명단 5000명이 가짜라는 구실로 입후보 등록을 거부한 데서 비롯했다. 소볼은 현재 선관위 건물 한쪽을 차지하고 드러누워 자신의 단식투쟁 상황을 동영상으로 생중계하고 있다.

소볼 변호사는 지난해 5월 푸틴 정권에 맞서 “진정한 변화, 진정한 개혁”을 기치로 창당된 야당 ‘미래의 러시아’의 중앙위원이다. 창당을 주도한 러시아 야권 지도자이자 반부패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43)와는 스물세살이던 2011년부터 반부패재단에서 민주화 운동의 호흡을 맞춰왔다. 2012년에는 시민운동가, 좌파 및 자유주의 성향 정치인 등 야권 인사 45명으로 구성된 범야권 기구인 ‘러시아 야권 협의위원회’에 참여했으나 단체가 1년 만에 해산되기도 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4일 불법시위 선동 혐의로 체포돼 30일 구류 처분을 받고 수감 중이다.

소볼은 3일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단식투쟁은 (푸틴 정권을) 압박하는 수단”이라며 “물론 푸틴은 나의 행동을 협박으로 보고 수용하지 않겠지만, 이건 내 권리를 지키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 일간 <가디언> 일요판에는 “그들(선관위)은 모스크바 시의회에 (푸틴에 반대하는) 야권 의원을 단 한 명만 허용해도 시의회가 완전히 달라질 것임을 알고 있다”며 “지금 시의회는 어떠한 중요 문제에도 토론이라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가디언>은 “소볼의 단식투쟁이 단순히 지방의회 선거 문제를 넘어섰으며, 소볼은 (반독재 민주화 운동의) 핵심 인물이 됐다”고 전했다. 선관위의 야권 입후보 봉쇄가 푸틴 독재에 대한 러시아 야권과 시민사회 일부의 팽배한 불만과 거부감에 불을 댕겼다는 분석이다.

러시아의 야권 정치인이자 반부패 활동가이자 류보피 소불 변호사가 4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포스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지지 시위. 국가에서 정의가 실행되지 않을 때 시민들은 거리로 나오게 된다”고 썼다.
민주화 운동가와 언론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탄압, 지난 5년 새 러시아 실질소득의 10% 이상 감소, 지난해 푸틴 정부가 강행한 연금개혁에 대한 불만도 반정부 기류에 큰 몫을 하고 있다. 한때 89%까지 치솟던 푸틴의 지지율은 현재 60%대 중반으로, 201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야권 지도자들은 앞으로도 주말 시위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다. 모스크바 시위의 규모가 더 커지고 다른 지역으로까지 확산되기를 기대해서다. 소볼은 3일 <비비시> 방송에 “일부는 두려워할 수 있겠지만, 또다른 이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항의해 (거리 시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은 사람들을 감옥에 보내는 걸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시민들에게 선거권을 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지요.”

그러나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세르게이 소뱌닌 모스크바 시장은 지난 주말 관영 텔레비전 방송 인터뷰에서, “야권이 불법적으로 정권을 전복하려 한다”고 비난하며, 모스크바를 혼란에 빠뜨리는 시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당국의 강경 대응은 반정부 시위에 대한 양보가 푸틴 정권의 권력 장악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과 무관치 않은 대목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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