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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07 14:05 수정 : 2019.08.07 19:47

한 트위터 사용자가 공유한 ‘올가 미시크’ 해시태그(#OlgaMisik). “17살 올가의 믿기지 않는 사진… 올가에서부터 그레타, 말랄라, 또 많은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용기를 통해 변화의 영감을 준다”고 썼다.

17살 여고생 올가, 민주화 시위 나서
방탄조끼 입고 헌법 낭독 사진 큰 반향
30년 전 중국 천안문 ‘탱크맨’과 비견돼
“시민 시위는 헌법적 권리 지키려는 것”
독서 즐겨…“대학서 저널리즘 공부할 터”

한 트위터 사용자가 공유한 ‘올가 미시크’ 해시태그(#OlgaMisik). “17살 올가의 믿기지 않는 사진… 올가에서부터 그레타, 말랄라, 또 많은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용기를 통해 변화의 영감을 준다”고 썼다.
중국 천안문 시위에 ‘탱크맨’이 있었다면, 러시아 시위엔 ‘헌법 소녀’가 있다.

러시아 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달 모스크바 시의회 선거에 야권 정치인들의 입후보를 거부한 데서 촉발한 민주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10대 청소년 올가 미시크(17)가 ‘헌법 낭독 시위’를 벌이는 사진이 온라인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시민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7일 보도했다. 야당 정치인 류보피 소볼(31) 변호사가 3주째 단식투쟁을 벌이며 민주화 시위의 상징적 구심이 된 데 이어, 올가는 평범한 고등학생이 헌법의 가치와 시민의 당연한 권리를 깨우친 상징으로 떠오른 것이다. ▶관련기사=‘러시아 시위’ 상징, 류보피 소볼…3주째 단식투쟁

올가는 지난달 27일 모스크바에서 수천명이 거리에 나선 ‘불법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중무장한 시위 진압 경찰에게 에워싸인 채, 도로 한복판에서 방탄조끼 차림으로 다리를 포개고 앉아 1993년 개정된 러시아 헌법 책을 낭독했다. “4개 조문을 읽었어요. 평화적 시위의 권리에 관한 조항, 누구나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조항,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조항, 그리고 이 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민의 뜻과 권력이라고 천명한 조항이지요.”

올가는 헌법적 권리의 낭독을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섰으나 지하철역으로 가는 도중 경찰에게 체포됐다. 최근 석달 새에만 벌써 네번째 체포였다. 12시간 만에 별 이상 없이 풀려났지만 ‘불법 시위’ 가담 혐의로 벌금 2만루블(약 37만원)이 부과됐다. 그러나 올가가 헌법 낭독 시위를 벌이는 사진은 소셜미디어에서 수천번이나 공유되며 급속히 퍼지고 있다. 트위터에도 ‘올가 미시크’라는 해시태그(#OlgaMisik)가 만들어져 수많은 이용자가 올가를 응원하고 나섰다. 해당 트위터에는 올가가 헌법을 읽는 사진, 경찰에게 체포되는 동영상, 언론과 인터뷰하는 모습, 관련 보도 등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벌어진 민주화 시위 당시 한 남성이 맨몸으로 탱크 행렬을 막아서고 있다. 플리커
올가는 단숨에 러시아 민주화 운동의 상징으로 떠올랐고, 일부 사람들은 그의 헌법 낭독 사진을 1989년 중국 민주화 시위인 천안문 사태 당시 맨몸으로 전차 행렬을 막아섰던 ‘탱크맨’과 비견하기도 한다고 <비비시> 방송은 전했다. 두 사건은 꼬박 30년의 시차가 있지만 이들이 전하는 메시지와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의 공감은 하나도 다를 게 없는 셈이다.

현재 고등학교 졸업반인 올가는 모스크바 교외에서 나고 자랐으며 어려서부터 책 읽기를 즐겼다고 한다. <동물농장> <1984> 등을 쓴 조지 오웰, <멋진 신세계>로 유명한 올더스 헉슬리 등 전체주의가 지배하는 미래의 디스토피아를 경고한 작가들을 특히 좋아했다고 한다. 학업 성적이 ‘올 에이(A)’를 맞을 만큼 뛰어난 그는 9월 모스크바국립대에 진학해 저널리즘을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 트위터 사용자가 공유한 ‘올가 미시크’ 해시태그(#OlgaMisik). “올가 미시크의 용기가 나에게 유럽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다”고 썼다.
그는 평소 사회 현안에도 관심이 컸지만, 특히 현실정치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지난해 푸틴 정부가 공약을 어기고 연금 지급을 늦추기 위해 은퇴연령을 일방적으로 5년 연장한 데 대한 대규모 온라인 시위를 지켜보면서다. 올가는 “나는 아직 은퇴연령까진 멀었지만, 푸틴 대통령이 은퇴연령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놓고도 2018년 10월 시행법에 서명하는 걸 보고 정치인들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올가는 <비비시> 방송에 “나는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한 야권 정치인들에 대해 중립적 시각을 갖고 있지만 그들이 하려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지난 2일 영국 온라인 매체 <인디펜던트>에 “모스크바 시민들의 시위가 단지 자유선거나 후보 등록 허용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바보”라며 “이건 민주 국가에서라면 의심의 여지가 없을 기본적인 헌법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시위”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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