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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8.29 16:53 수정 : 2019.08.29 19:53

10월31일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장기 의회 정회 결정을 내리자 28일(현지시각)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으로 몰려와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의회 브렉시트 재논의’ 막기 위한 편법에
시위·청원·소송 사태…보수당 내서도 반발
‘국왕까지 정쟁에 끌여들였다’ 비난 거세져

10월31일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장기 의회 정회 결정을 내리자 28일(현지시각) 이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으로 몰려와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자신의 공언대로 10월31일까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를 강행하기 위해 의회를 장기간 정회시키는 조처를 감행했다. 영국 여왕까지 끌어들인 이 조처에 영국 의회 안팎에서 “위헌”이라는 반발이 일면서, 브렉시트 정국은 파국 일보까지 치닫고 있다. 1백만명 이상이 ‘정회 꼼수’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 청원에 나섰고, 런던 의사당 주변에는 항의 시위대가 집결했다.

존슨 총리는 28일 새로운 의회 회기를 시작하는 국왕 연설 날짜를 오는 10월14일로 잡겠다며,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승인을 구했고 여왕은 이날 즉각 재가했다. 이에 따라 영국 의회는 9월9일이나 12일께부터 10월14일까지 장기 정회된다. 영국 의회는 보통 새로운 회기가 시작되기 전에 정회되며, 새 회기는 여왕의 연설과 함께 시작된다. 하지만 이런 정회는 통상 1~2주의 짧은 기간이었다.

여왕 연설을 5주 뒤로 늦춘 건 의회의 브렉시트 재논의를 막기 위한 편법이다. 존슨 총리가 선언한 브렉시트 마감시한이 10월31일임을 감안하면, 영국 의회가 2주 남짓 짧은 기간에 브렉시트 강행처리를 견제할 방안을 마련하기 어렵게 된다.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과의 새로운 관계에 대한 추가 합의가 없더라도 유럽연합을 탈퇴하겠다며 ‘노딜 브렉시트’ 불사를 공언하고 있다.

존슨의 편법적 강공에 영국 의회 안팎에선 거센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적 문제에 언급을 삼가는 전통을 가진 영국 하원 의장인 존 버커우는 ‘헌법적 분노’가 일고 있다고 비난했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민주주의를 박살 내고 탈취하는” 짓이라며, 의회 정회를 막아내겠다고 다짐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오늘은 영국 민주주의가 역사상 가장 어두운 날로 곤두박질했다”고 말했다.

항의시위와 청원, 법적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여왕의 재가가 발표되자마자 이날 저녁부터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에서는 “쿠데타를 중단하라”는 플래카드를 든 시민들이 항의시위에 나섰고, 100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정회를 철회하라는 전자 청원에 서명했다.

보수당의 존 메이저 전 총리는 법원 소송을 통해 저지하겠다며 앞장 서고 있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은 이미 스코틀랜드 최고법원에 의회 정회 조처를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영국에서는 여왕이 국왕으로서 특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번 의회 정회의 의도 및 효과가 의회 주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불법·위헌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존슨이 국왕까지 정쟁에 끌어들여 여왕의 권위에도 심각한 손상을 입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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