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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03 16:33 수정 : 2019.09.03 20:28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7월23일 새 총리로 임명된 직후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존슨 총리 “노딜 저지법안 철회 않으면 10월 총선”
보수당 내 최소 17명 반란파, ‘노딜 저지’ 결연

노동당 코빈 대표 “조기총선 환영한다. 이길 것”
보수당 내 “존슨, 총선을 문제해결 묘책으로 여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지난 7월23일 새 총리로 임명된 직후 두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임 테레사 메이 총리에 이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내각도 브렉시트(Brexit) 혼돈에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노딜 브렉시트 강행 국면에 ‘10월 조기 총선’ 카드가 새로운 중대 변수로 던져졌다.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 보수당 내부 반란파 가담 의원 17명, 노동당 등 야당의 전략적 고민이 제각각 긴박하게 돌출하면서 ‘노딜, 노딜 저지 법안, 조기 총선’ 등 브렉시트 판도를 둘러싼 정치집단간 각축이 예측불허 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조기 총선이 브렉시트 혼란 정국을 결정지을 마지막 카드로 실제로 실행될 것인지 촉각이 쏠린다.

존슨 총리는 2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공관 앞에서 한 텔레비전 생방송에서 “어떤 일이 있어도 10월31일 브렉시트는 반드시 실행될 것”이라며 “총선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 보수당 내 반란파 의원들이 가담해 마련중인 노딜 브렉시트 저지 법안 처리 움직임이 철회되지 않을 경우 오는 10월14일 조기 총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고 공개적으로 위협하고 나섰다. 제1야당 노동당을 위시해 자유민주당 등 거국적 야당연합은 3일 초당적 ‘노딜 저지 법안’을 논의 및 발의하고 며칠 안에 하원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특히 집권여당인 보수당 내 최소한 17명의 반란파 의원들도 노딜 저지법안에 동참하고 있다. 이런 당내 반란파 이탈자들을 향해 “나를 지지하라. 그렇지 않으면 오는 10월14일 총선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최후통첩 성격의 총선 카드를 전격 내걸고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위협과 회유에 나선 셈이다. 이 노딜 저지법안에는 브렉시트 발효 시점을 내년 1월31일로 다시 연기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존슨에 맞서 저항 의지가 결연한 보수당 내 노딜 반대파가 찬성표를 던지면 이 법안은 가결될 공산이 크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조기 총선 계획에 대해 “존슨은 총선 카드를 며칠간 깊이 고민했다. 반란파 의원들이, 차기 총선 공천에서 탈락시키겠다는 존슨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노딜 저지법안 동참을 굽히지 않자 조기 총선을 이미 확고하게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 소식통은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10월17일에 열리는데, 존슨은 17일 전에 총선을 치르고 압도적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삼아 자신이 유럽연합과 브렉시트 타협을 기필코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존슨은 노딜 저지법안 파동에 대해 “(유럽연합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영국의 발을 잘라내는, 영국의 협상력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동”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10월31일 시한으로 ‘노딜’을 무릅쓰겠다는 자신의 전략은 노딜 강행보다는 백스톱(backstop·안전장치) 제거 등 유럽연합과의 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배수진 카드라는 설명이다.

흥미로운 건 제레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존슨의 조기 총선 제안을 뜻밖에도 “즐거운 마음으로 환영한다”고 즉각 밝히고 나섰다는 점이다. 보수당 내 반란파 단속을 위한 존슨의 애초 의도와 달리 10월 조기 총선이 확대재생산되면서 영국 정국에서 점점 가시권에 들어서는 형국이다. 코빈 대표는 2일 “나는 조기 총선을 환영한다. 나와 우리 모두 총선을 대비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카드를 오히려 적극 받아들여 총선 정국에 돌입하면 존슨과 싸워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총선 변수’가 등장하면서 노동당 내부에서도 분열이 일어나고 있다. 제니 채프먼 노동당 예비내각 브렉시트 장관은 “총선은 부차적 이슈일뿐 최우선 당면과제는 분명히 노딜 저지다. 노딜 저지가 총선에 앞서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노딜 저지 법안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총선 정국으로 비화되자 일부 노동당 의원들 사이에 “노딜 저지법안 전략을 재검토해야하는 것 아니냐”는 신중론까지 흘러나오는 등 노동당마저 혼돈에 빨려드는 조짐이다.

보수당 내에서도 일부는 “조기 총선은 물리적·정서적·정치적으로 그야말로 진을 다 빠지게 하고, 당과 나라를 분열시키는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며 회의적이다. 그러나 보수당의 다른 중진 의원은 “아마도 존슨은 총선 카드가 뒤엉켜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하는 묘책이 될 수 있다고 내심 여기는 것같다”며, 조기 총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부는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할 경우 이를 홍수·화재·지진과 유사한 주요 자연재해로 규정하고, 매년 5억 유로까지 사용할 수 있는 긴급재난기금을 회원국들에게 지원하는 임시조처 시행을 검토하고 있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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