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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5 16:43 수정 : 2019.09.25 19:57

브렌다 헤일 영국 대법원장이 24일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낭독하는 현장을 생중계한 방송화면. 런던/AP 연합뉴스

영국 최초 여성 대법원장 “의회 정회는 위법”
존슨 총리 ‘노딜 브렉시트’ 꼼수에 제동 걸어
24일 판결때 셔츠에 단 ‘독거미 브로치’ 화제
브로치 사진들 관심, 거미 문양 티셔츠 출시
직위 문장엔 “여성은 모든 것에 평등” 새겨

브렌다 헤일 영국 대법원장이 24일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낭독하는 현장을 생중계한 방송화면. 런던/AP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례적으로 장기간인 5주간이나 의회를 정회한 것에 대해 영국 대법원이 위법이라는 최종 판단을 내린 가운데, 이런 결정을 이끈 브렌다 헤일(74) 대법원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브렌다 헤일 대법원장은 24일 “총리가 여왕에게 의회 정회를 권고한 것은 의회의 헌법적 기능을 가로막는 것이므로 위법하다”는 대법관 11명의 만장일치 결정을 발표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헤일 대법원장은 “따라서 의회 정회는 무효로 즉시 효력을 잃으며, 의회는 정회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시한인 10월31일까지 아무런 합의 없는 결별인 ‘노 딜’ 브렉시트를 감수하기 위해 의회를 ‘동면’시켜버린 존슨 총리의 구상에 극적인 제동이 걸린 것이다.

‘레이디 헤일’로 불리는 헤일 대법원장이 이날 가장 또렷하게 세간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검은색 상의에 달린 독거미 형상의 커다란 은색 브로치였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은 “헤일 대법원장의 판결 중계방송에 정치인들만 집중한 게 아니었다”며 “소셜미디어 누리꾼들은 대법원장의 유려한 연설과 눈에 띄는 ‘거미 브로치’에 호기심이 끌렸다”고 보도했다.

24일 브렌다 헤일 영국 대법원장이 보리스 존슨 총리의 의회 정회가 불법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발표한 가운데, 그의 각별한 ‘브로치 사랑’이 소셜미디어에서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트위터 갈무리
한 트위터 이용자는 “난 특히 레이디 헤일의 ‘블랙 위도우(검은 과부거미)’가 마음에 든다- 정의의 여왕”이란 글을 올렸다. 블랙 위도는 교미 뒤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습성을 지녔다. 또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레이디 헤일은 당신에게 차를 끓여주고 비스킷을 준 뒤 차분히 앉아서, 2차 대전 때 나치에 점령당한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 대원으로서 암살 임무를 수행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마음씨 좋은 할머니 같다”며 친근감을 표현했다. 영국의 한 의류업체는 발 빠르게 ‘레이디 헤일의 독거미’ 디자인을 새겨넣은 티셔츠를 출시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헤일 대법원장이 그동안 착용했던 다양한 브로치 사진들뿐 아니라 그를 팝 가수 비욘세에 빗대 “법조계의 비욘세”라고 칭송한 글과 비욘세의 노래 ‘홀드 업(기다려)’ 동영상도 올라왔다. ‘홀드 업(hold up)’은 하급심 판결 또는 특정한 가치를 ‘지지한다’는 뜻의 법률 용어이기도 하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일부 사람들은 대법원장이 (브로치를 통해) 숨은 메시지를 전하려 했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브렉시트를 집어삼킨 브로치”라고 쓰기도 했다.

영국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인 브렌다 헤일. 영국 국립 초상화 갤러리
헤일 대법원장은 영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원장이기도 하다. 꼭 2년 전인 2017년 9월 임명돼, 올해 말 퇴임을 앞두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24일 “법학자이자, 법조계의 개혁자이며 페미니스트인 그는 임명 당시 ‘법원에서 가장 솔직담백하며 자유주의적 영향력을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레이디 헤일이 대법원장에 취임하면서 직위의 상징으로 직접 고른 문장(紋章)에는 라틴어로 ‘옴니아 페미나에 아에퀴시메(Omnia Feminae Aequissimae)’, 즉 “여성은 모든 것에서 평등하다”는 글귀를 새겼다.

한편 존 버커우 하원의장은 이날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25일 오전에 의회를 다시 개회한다고 선포했다고 <비비시> 방송은 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대표는 대법원 판결 직후 의원 총회에서, “총리가 나라를 잘못 이끌고 있다는 게 밝혀졌다”며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노동당과 스코틀랜드국민당 소속 의원들은 존슨 총리가 자진 사임을 거부할 경우 불신임 투표로 축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침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이던 존슨 총리는 “법원 판결을 존중하겠다. 하지만 전혀 동의하진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10월31일 시한에 맞춰 브렉시트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힌 셈이다. 존슨 총리는 25일 귀국해 향후 정국에 대응할 계획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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