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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9.26 21:13 수정 : 2019.09.26 21:40

파리시장 18년, 대통령 12년 정치경력
‘드골 적자’ 자임한 정통 우파 정치인
이라크전 반대…퇴임 뒤 공금횡령 유죄

프랑스 현대 정치에서 우파 진영의 거두이자 국제정치 무대에서 미국에 맞서 프랑스의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려고 시도해왔던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각) 별세했다. 향년 86살.

시라크 전 대통령의 사위인 프레데릭 살라 바루는 “시라크 전 대통령이 이날 아침 가족들이 주위에 있는 가운데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수십 년 동안 파리 정계를 지배해온 정치적 카멜레온”(로이터 통신)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시라크는 18년간 세차례의 파리 시장, 두 번의 총리, 12년 간의 대통령을 지내는 등 화려한 정치 인생을 살았다. 또한, 시라크는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으로 프랑스를 재건한 샤를 드골의 적자임을 자임한 정통파 우파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1932년 파리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정치 엘리트 양성 대학인 파리정치대학과 미국 하버드대를 거쳐 최고 명문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인 국립행정학교(ENA)를 졸업한 뒤 1962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의 참모로 정계에 입문했다. 1974년부터 1976년까지 총리를 지냈으며, 이후 파리 시장 선거에 출마해 1977년 3월부터 1995년 5월까지 18년간 세차례나 시장을 역임했다.

그는 81년과 88년 대선에 출마해 고배를 마셨지만, 95년 세번째 도전 끝에 대통령에 올랐다. 2002년에는 역대 최다 득표율인 82%를 얻고 재선에 성공해 2007년까지 모두 12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했다. 제5공화국 대통령 가운데 좌파의 거두인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 최장수 기록이다.

시라크는 국제정치 무대에서 ‘능숙한 외교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프랑스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03년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영국과 다른 목소리를 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점령하 꼭두각시였던 비시정부가 나치를 도왔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식 자유경제를 추구하다가 보호무역을 펴고, 유럽연합에 반대하다가 다시 지지해 카멜레온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 2005년에는 유럽연합 헌법이 부결되고, 이민자 폭동이 일어나면서 대내외적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대통령으로서 면책 특권이 끝난 뒤인 2011년 파리시장 시절의 공금횡령 사건과 유죄선고를 받는 불명예를 안았다.

시라크는 정계 일선에서 물러난 뒤 신경계 질환을 앓아왔으며, 건강 악화로 최근 몇년간은 대중 앞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프랑스 하원은 이날 개원 중에 시라크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1분간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모든 공개 일정을 취소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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