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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2 17:01 수정 : 2019.10.02 20:26

스페인이 15세기 말 추방한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들에게 국적을 주기로 한 가운데, 콜롬비아의 한 신청자가 언론 인터뷰 도중 유대인 혈통을 증명하는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1492년 알함브라 칙령…유대인 대거 추방
스페인 정부, 500년만에 후손에 국적 부여
‘혈통’ 증명하고 언어·역사 시험 통과해야
남미권·젊은층·전문직 종사자 신청 몰려

스페인이 15세기 말 추방한 세파르디 유대인의 후손들에게 국적을 주기로 한 가운데, 콜롬비아의 한 신청자가 언론 인터뷰 도중 유대인 혈통을 증명하는 문서를 보여주고 있다. 보고타/AFP 연합뉴스
15세기 말 스페인에서 추방됐던 유대인의 후손들이 스페인 국적을 얻으려는 신청에 봇물이 터졌다.

스페인 정부가 외국에서 살고 있는 세파르디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스페인 국적 취득 신청을 마감한 지난달 30일까지 13만2226명이 신청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일 스페인 법무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그 대다수는 멕시코,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등 남미권 출신이며, 이스라엘 시민도 3000여명이나 됐다.

앞서 2015년 스페인은 중세 시기 ‘유대인 추방’을 속죄하고 그 후손들에게 스페인 국적을 부여해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4년간의 국적 신청을 마감한 지난달에만 전체의 절반이 넘는 7만2000여명이 몰렸다. 신청자는 가계 족보 또는 랍비(유대 율법학자)의 공증을 통해 유대인 혈통을 증명해야 한다. 스페인어와 역사·문화 지식에 대한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스페인 법무부는 당장 증빙서류를 갖추지 못한 신청자들이 나중에라도 제출할 수 있도록 모든 신청자에 대한 국적 취득 심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길고 어려운 증명 과정을 통과한 신청자들은 기존 국적과 상관없이 스페인 시민권을 얻게 된다. 콜롬비아의 족보학자 로시오 산체스는 영국 <비비시>(BBC) 방송에 “스페인 여권(국적)의 혜택을 원하며 내게 상담한 사람들의 대다수는 25~35살의 젊은이들이었으며 거의 모두 전문직 종사자였다”고 말했다.

스페인 화가 에밀리오 살라의 1889년작 유화 <스페인에서 유대인 추방>. 1492년 스페인 가톨릭 법원의 대심문관이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국왕에게 유대인의 개종 또는 추방을 명령하는 ‘알람브라 칙령’의 문서에 서명을 요청하고 있는 장면. 위키피디아
세파르디 유대인은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위치한 이베리아 반도에서 나고 자란 유대인들을 가리킨다. 스페인 거주 유대인들이 이베리아 반도를 히브리어로 ‘세파라드’라고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 1492년, 스페인 왕국의 이사벨라 여왕은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와 결혼해 스페인 통일왕국을 세우고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는 ‘레콩키스타(재정복)’에 성공한 뒤, 유대인들에겐 가톨릭으로 개종하거나 스페인에서 떠나라는 ‘알함브라 칙령’을 내렸다. 이사벨라 여왕의 지원을 받은 콜럼버스가 스페인에서 출항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그해다.

1492년 스페인 통일왕국의 이사벨라 여왕과 페르난도 국왕이 유대인의 개종 또는 추방을 명령한 ‘알람브라 칙령’의 사본. 위키피디아
알함브라 칙령으로 스페인에서 쫓겨난 유대인은 약 2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오스만 제국과 발칸 반도, 북아프리카, 멀리는 신대륙 남미까지 세계 전역으로 흩어졌다. 오늘날 전 세계에 디아스포라 집단을 형성한 세파르디 유대인은 약 35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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