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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20 18:14 수정 : 2019.10.20 20:59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계단 옆 거리에 1760년 문을 연 이후 괴테와 스탕달, 찰스 디킨스 등 수많은 세계 문인·지식인들의 토론 공간으로 자리잡아온 ‘안티코 카페 그레코’가 치솟는 임대료 상승 압박 속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루드비히 파시니가 19세기 중반에 그린 ‘카페 그레코’의 모습. 위키피디아

1760년 문연 로마서 가장 오래된 카페
임대료 7배 인상 못이겨 소송했다 패소
22일까지 퇴거 명령…운영자 “수긍못해”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계단 옆 거리에 1760년 문을 연 이후 괴테와 스탕달, 찰스 디킨스 등 수많은 세계 문인·지식인들의 토론 공간으로 자리잡아온 ‘안티코 카페 그레코’가 치솟는 임대료 상승 압박 속에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루드비히 파시니가 19세기 중반에 그린 ‘카페 그레코’의 모습. 위키피디아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꼽히는 ‘안티코 카페 그레코’가 높은 임대료 상승을 감당치 못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카페 그레코의 운영업체가 임대료를 터무니없이 인상한 건물주(이스라엘계 병원)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패소해 오는 22일까지 가게를 비워줘야 할 처지에 내몰렸다고 이탈리아 민영통신 <안사>(ANSA) 등이 19일 보도했다. 영화 <로마의 휴일> 속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던 스페인계단 옆, 비아 콘도티 거리에 1760년대에 문을 연 이 카페는 괴테와 스탕달, 찰스 디킨스, 오슨 웰스 등 수많은 문인·지식인이 모여 토론을 하던 당대 최고의 문화 공간이었다. 두차례의 세계대전을 비롯한 수많은 정치·경제 격동기를 거치며 26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왔던 이 카페도 치솟는 임대료 상승 압박 속에 생존 시험대에 서게 된 것이다.

카페 그레코의 위기는 2017년 9월 임대차 계약이 종료되면서 시작됐다. 건물주인 이스라엘계 병원이 월 1만8000유로(약 2366만원)였던 임대료를 갑자기 12만유로로 올려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카페 그레코가 자리한 비아 콘도티는 루이뷔통과 샤넬, 구치 등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쇼핑가로 바뀌었고, 현지에선 프랑스계 명품 브랜드 몽클레르가 카페 자리 인수에 관심이 있다는 얘기가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병원 쪽은 시장 적정 임대료 수준에 맞추는 것일 뿐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카페 그레코를 인수해 19년째 운영해온 카를로 펠레그리니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카페 운영을 계속하고자 이전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낼 준비가 돼 있지만 6배 이상은 지나치다”며 “(법원의 퇴거 명령은) 수긍할 수 없는 판결”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너무도 화가 나지만, 이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펠레그리니는 문화유산 보호단체인 ‘이탈리아 노스트라’와 함께 법원이 퇴거를 명령한 22일 전까지 정부가 개입해 해법을 찾아달라고 관련 부처인 문화부에 요청한 상태다. 이탈리아 정부는 1953년 7월 카페 그레코를 ‘로마 특별 중요 유산’으로 지정해 보존·관리해왔다. 이탈리아 문화부는 “카페 그레코는 현재의 역사적인 장소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며 (카페 이외의) 다른 업종으로의 변경은 불가능하다”며 “카페 그레코와 관련한 기존의 제한 규정을 보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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