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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09 16:27 수정 : 2019.12.09 20:43

왼쪽부터 차례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중재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만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동부지역 친러 반군 사이의 내전과 양국 갈등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의 물꼬를 텄다. 파리/AFP 연합뉴스

푸틴-젤렌스키, 9일 파리에서 회담 물꼬
러시아의 크림 합병, 내전 개입 뒤 처음
프·독 정상, 협상 중재·참가한 ‘4자 회담’

친러 반군 해체, 동부지역 자치 등 논의
반러 감정 걸림돌…“러시아도 양보해야”

왼쪽부터 차례로,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중재로 9일 프랑스 파리에서 처음 만나, 우크라이나 정부와 동부지역 친러 반군 사이의 내전과 양국 갈등을 끝내기 위한 평화협상의 물꼬를 텄다. 파리/AFP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5년 반에 걸친 무력분쟁을 끝내기 위해 처음으로 정상끼리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9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첫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날 회동은 양국의 평화협상을 적극 중재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함께 참석한 ‘4자 회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두 정상의 만남은 지난 4월 우크라이나 대선에서 정치 초년병인 젤렌스키 대통령이 압승해 취임한 이후 처음이자, 우크라이나 동부 국경지대에서 친러시아계 세력의 반정부 무력시위가 전쟁으로 이어진 지 5년 8개월 만이다.

2014년 4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러시아의 배후 지원으로 독립을 선언하고 도네츠크 공화국과 루간스크 공화국을 선포하면서 전쟁이 발발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가 친러 반군을 지원하는 ‘그림자 전쟁’을 벌였다. 앞서 바로 한 달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령 크림반도를 전격 합병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내전으로 1만3000여명이 숨지고 100만명의 피란민이 생겨나면서 양국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양쪽은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나 휴전에 합의한 민스크 협정을 맺었지만 실효성은 미약했다.

지난해 11월엔 러시아가 강제합병한 크림반도의 케르치 해협에서 러시아 해안 경비대가 우크라이나 해군 함정 3척을 ‘영해 침범’을 구실로 나포했다가 1년만인 지난달에야 반환했다.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군의 한 병사가 동부 지역을 장악한 친런 반군과의 최전선에 있는 기관총 진지에서 전방을 살피고 있다. 아우디이우카/AFP 연합뉴스

그러나 올해 출범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정부가 동부지역에서 군대를 철수하는 등 러시아의 요구 조건 일부를 수용하고 화해 제스처를 취하는 등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도 이에 화답하면서 협상 재개 분위기가 급물살을 탔다. 두 정상은 지난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함정 반환 이후 전화통화로 하고, 이번 첫 정상회의와 관련한 여러 현안과 서로의 요구 사항들을 미리 논의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에서 곧바로 포괄적 합의가 타결될 전망은 낮다. 그러나 외교가에선 양국 정상의 만남 자체가 상호 신뢰의 물꼬를 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아에프페> 통신은 프랑스 대통령실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회담에선 ‘불법 무장조직’의 해체,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 접경지역에서 외국군의 철수와 우크라이나의 통제력 회복, 동부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지역의 특별지위 인정 및 자치정부 선거 일정 합의 등이 핵심 의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 정상이 프랑스 파리에서 첫 평화협상 회담을 하기 전날인 8일 밤,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대통령궁 앞에서 시민들이 “나토 없이 안전 없고, 우크라이나 없이 유럽연합 없다“, “조건부 항복은 안 돼”,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등의 구호를 쓴 손팻말을 들고 ‘야경 시위(Night Watch)’를 하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크림반도 문제는 우선협상 의제에서 배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양쪽의 시각이 평행선이어서 쉽게 합의점을 찾기 힘든 데다, 어느 쪽도 첫 만남부터 정면충돌과 협상 파탄의 책임을 지는 건 유리할 게 없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러시아 역시 크림반도는 자국 영토로 절대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도 러시아의 정치·군사적 개입과 빼앗긴 영토를 협상 대상으로 삼는 것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이 거센 것도 넘어야 할 난제다. 이번 회담의 다리를 놓은 독일의 하이코 마스 외교장관은 자국 일간 <푼케>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이 대화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다”며 “어려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선 러시아도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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