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가스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러시아 국영 가스공사 가스프롬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제시한 천연가스 가격 인상 협상안을 거부함에 따라 1일 오전 10시(현지시각)부터 가스 공급을 하루 1억2천㎥씩 줄였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통과해 서유럽으로 가는 3억6천㎥의 가스는 그대로 유지했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당장 고통을 겪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인 나프토가스 관계자는 “러시아 가스가 없어도 당장 위험은 없으며, 이번 겨울을 정상적으로 보낼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의 가스 비축량을 160억~170억㎥ 규모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지난해 5월 초래된 석유 파동이 재현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80% 이상을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들여오는 유럽 나라들도 에너지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번 사태는 러시아 쪽이 할인가격 제도를 폐지하고 시장가격을 적용해 가스 가격을 1000㎥당 현행 50달러에서 230달러로 올리겠다고 선언하면서 비롯됐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인상 방침에 동의한다면 인상을 3개월 유보하겠다는 최후 협상안을 제시했으나, 빅토르 유시첸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거부의사를 밝혔다.
이번 사태는 표면적으론 가격 문제이지만 그 이면에는 러시아가 서방 쪽으로 기우는 우크라이나를 에너지를 이용해 견제하려는 성격도 있다. 1년 전 오렌지 혁명을 통해 집권한 유시첸코 대통령은 러시아 쪽과 껄끄러운 관계다.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오스트리아 등 4개 유럽연합 나라들은 지난 31일 두 나라에 서한을 보내 “가스 공급 중단사태는 서유럽에 대한 가스공급에 간단찮은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3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가스협력단 특별회의를 소집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외신종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