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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2.17 11:54 수정 : 2019.12.17 11:59

기원전 1500년께 고대 그리스의 크레타 지배층이 일회용으로 쓰고 버렸던 세라믹 와인잔(왼쪽). 대영박물관

대영박물관 ‘쓰레기와 우리’ 특별 기획전
미노스 문명인들, 파티에서 세라믹 와인잔
큐레이터 “쓰레기 파생과 소비 균형 찾아야”
폐비닐 등 현대 환경오염 경고물도 함께 전시

기원전 1500년께 고대 그리스의 크레타 지배층이 일회용으로 쓰고 버렸던 세라믹 와인잔(왼쪽). 대영박물관
종이나 플라스틱 재질이 주종인 일회용 컵은 근대의 발명품이라는 게 통념이다. 그러나 수천 년 전에도 그리스 사람들은 일회용 컵을 한 번 쓰고 버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소 3500년 전에 만들어진 온전한 형태의 일회용 토기 잔들이 오는 20일부터 대영박물관에 전시된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시엔엔>(CNN) 방송 등이 16일 보도했다. 유럽 최초의 문명인 미노스 문명(에게 문명)의 중심지 그리스 크레타섬의 주민들이 와인을 담아 마셨던 원뿔 모양의 일회용 토기 잔들이 고대 도시 크노소스의 왕궁터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것이다. 미노스 문명은 기원전 2700~1500년께 번성했던 청동기 문명이다.

대영박물관이 ’쓰레기와 우리’라는 주제로 기획한 특별전의 큐레이터인 줄리아 팔리는 “사람들은 일회용 컵이 근대 소비사회의 발명품이 아니라는 걸 알면 깜짝 놀랄 수 있지만, 사실은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미노스 사람들은 궁에 모여 축제와 명절을 즐겼으며, 엘리트 지배층은 대규모 파티에서 일회용 컵을 쓰고 던져버리는 것으로 자신들의 부와 신분을 과시했다”고 말했다.

기원전 1500년께 고대 그리스의 크레타 지배층이 일회용으로 쓰고 버렸던 세라믹 와인잔(왼쪽)과 오늘날 흔히 쓰이는 일회용 종이컵. 대영박물관
고대 그리스인들이 일회용 컵을 쓴 이유는 오늘날과 다를 게 없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축제에서 아무도 설거지 따위를 하고 싶진 않았다는 것이다. 팔리는 “세라믹 제품은 고급 재질이어서 한 번 쓰고 버린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오늘날 플라스틱과 마찬가지로 찰흙은 당시 쉽고 값싸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으며, 역시 플라스틱처럼 땅속에서 장기간 보존된다”고 설명했다.

팔리는 “인간은 늘 쓰레기를 만들어내며,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인 만큼 제조 과정에서 얼마간의 쓰레기 부산물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이번 기획전은 (쓰레기 생산의) 규모와 소비 행태에 대한 진지한 메시지이며, 인간이 양자 사이의 균형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대영박물관의 이번 ‘쓰레기와 우리’ 특별전에는 고대 그리스의 일회용 와인잔뿐 아니라 1990년대 초기에 처음 선뵌 일회용 종이컵, 플라스틱 재질의 낚시 바구니, 태평양의 폐플라스틱과 폐비닐 오염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사진들도 함께 전시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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