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20.01.09 11:30 수정 : 2020.01.09 19:56

2019년 5월 영국 왕실 해리 왕자 부부의 첫 아들 아치 해리슨 마운트배튼-윈저가 태어난 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이 기뻐하고 있다.

8일 버킹엄궁서 예고없이 ‘독자적인 삶’ 발표
“여왕에 대한 전적인 지지는 계속될 것”

형 윌리엄과 불화…사생활 파헤치는 언론 갈등
독립 선언 후 직업에 관심…‘대중 강연’ 추측

윈저성 저택·경호 등 유지…왕실 교부금 포기
버킹엄궁 “이해한다…신중 검토, 복잡한 이슈”

2019년 5월 영국 왕실 해리 왕자 부부의 첫 아들 아치 해리슨 마운트배튼-윈저가 태어난 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등이 기뻐하고 있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가 영국 왕실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재정적으로 독립하며” 독자적인 삶을 살겠다고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앞으로 “영국과 북미에서 ‘균형적인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도 말했다. 영국왕실 전통에 21세기 현대식에 맞는 새 경로를 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8일(현지시각) <비비시>(BBC) 방송 등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이날 오후 해리 왕자 부부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는 ‘시니어’(senior) 왕실가족 일원에서 한 걸음 물러나고, 재정적으로 독립하려 한다”면서, “물론 여왕에 대한 전적인 지지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둘은 “여러분들의 격려를 받으며 우리는 수년간 이같은 조정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영국에서 ‘시니어’ 왕실가족에 대한 뚜렷한 정의는 없지만, 통상적으로 왕실 내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와 찰스 왕세자를 포함한 여왕의 직계 자녀, 찰스 왕세자의 직계 자녀인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자 부부를 뜻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올해 35살인 해리 왕자는 영국왕위 계승 서열 6위다. 왕자 부부의 이날 발표는 왕실과 상의 없이 “갑작스럽고 예고 없이” 이뤄졌으며, 두 사람이 캐나다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며 숙고한 결과였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보도했다.

해리 왕자 부부는 “앞으로 영국과 북미에서 균형된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어느 지역에 두번째 집을 마련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영국연방, 현재 맡은 직과 관련한 의무는 계속 지켜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들은 “(영국과 북미 양국 삶의)지리적 균형은 우리 아들(아치 해리슨 마운트배튼-윈저, 2019년 5월생)을 왕실 전통에 대한 공감 속에 키우고, 우리 가족에게 새 자선단체 설립 같은 새로운 삶에 초점을 맞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자 부부는 또 “올해 우리는 왕실 전통에서 새롭고 진일보한 역할을 개척하는 일에 나설 것”이라고 말해, 21세기에 맞는 현대식 영국왕실 경로를 만들겠다는 뜻을 비쳤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

영국 <스카이뉴스>는 이번 발표는 그동안 왕실 가족 일원으로서 해리 왕자 부부가 받아왔던 압박감을 보여준다며, 그들이 다른 형식의 삶을 원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해리 왕자는 2018년에 할리우드 여배우 출신 메건 마클 왕자비와 결혼한 이후 형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불화설에 시달려왔다. 사생활을 파헤치는 언론과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왔다. 그는 작년 10월 I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부 과장이거나 허위인 것은 아니다. 우리는 확실히 지금 서로 다른 길 위에 있다”며 불화설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당시 왕실 가족의 일원으로서 공적 임무에 따른 중압감, 언론의 행태로 인한 고통에 대해서도 털어놓으면서 “이런 압박이 없는 아프리카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친 고 다이애나빈이 파파라치의 추적을 피하다 목숨을 잃은 경험이 있는 해리 왕자는 그동안 언론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재정적 독립 선언’과 관련해 왕자 부부가 어떤 직업을 갖고 생계를 유지해나갈 것인지에 이목이 쏠린다.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 돈을 벌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으나, 왕자와 전직 할리우드 배우인만큼 ‘대중 순회 강연’ 등을 주요 수입원으로 고소득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유명 인사의 강연·연설 행사를 조율하는 대행업체 ‘탤런트 뷰로’의 공동 창립자 제프 제이컵슨은 <블룸버그> 통신에서 “해리 왕자가 대중 강연에 나선다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만큼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제이컵슨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1회 강연료를 50만달러(약 5억8천만원)로 추산했다. 굳이 마이크를 잡지 않더라도 해리 왕자와 마클 왕자비가 행사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두 사람이 각각 10만달러(약 1억1600만원)를 받아 갈 수 있다는 게 제이컵슨의 예측이다.

영국 해리 왕자와 메건 마클 왕자비 부부.

두 사람이 깜짝 ‘독립 선언’과 함께 공개한 자신들의 웹사이트 ‘서식스 공작과 공작부인의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막연하게나마 해리 왕자 부부가 구상하는 미래상을 엿볼 수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 누리집을 인용해 해리 왕자 부부가 독립 후에도 윈저성 인근 프로그모어 코티지를 그대로 보유하고, 아버지 찰스 왕세자의 사유지에서 나오는 수익을 유지하게 된다고 전했다. 영국 경찰의 근접 경호도 계속된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공개된 적이 없지만 1년에 수십억원씩 세금이 들어갈 것이라고 <텔레그래프>는 보도했다. 대신 이들은 왕실 교부금은 받지 않기로 했다. 여기에는 공무를 수행하는 대가로 받는 임금과 개인 사무실 및 집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비용 등이 포함되며 그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리 왕자 부부는 또 앞으로 영국 안팎을 여행할 때 “민간 항공사와 열차, 에너지 효율이 좋은 교통수단만 이용하겠다”며 전세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두 사람의 이런 ‘독립 꿈’을 영국 왕실이 승인해줄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왕실 업무를 담당하는 버킹엄궁 대변인은 다른 길을 걷고자 하는 해리 왕자 부부의 열망을 “이해한다”면서도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버킹엄궁은 공식 성명에서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는 “초기 단계에 있다”며 “신중하게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릴 복잡한 이슈”라고 밝혔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