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아리안로켓 발판 삼아 GPS·검색엔진 등 첨단분야 박차
미국의 기술과 문화 패권에 도전하는 유럽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독자적인 위성항법시스템 ‘갈릴레오 프로젝트’를 출범시킨 유럽은 올해엔 유럽판 검색엔진 ‘콰에로’(Quaero)를 선보일 예정이다. 프랑스판 <시엔엔(CNN)>인 <세아페이이(CFII)>도 첫 전파를 탄다.
프랑스와 독일은 세계 검색엔진 시장을 장악한 구글과 야후에 맞설 콰에로 시험판을 이달 말 선보일 예정이다. 라틴어로 ‘찾는다’라는 뜻의 콰에로는 “동영상을 비롯한 멀티미디어 검색에 강점이 있으며, 휴대전화와 텔레비전 등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고 <에이피통신>은 전했다.
프랑스는 특히 미국의 문화 패권에 신경을 쓰고 있다. 자크 시라크 정부는 국제 이슈에 대한 프랑스의 시각을 전한다는 취지로 2002년부터 구상된 <세아페이이> 출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여기에 해마다 8500만달러를 투입할 계획이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프랑스어 문헌과 관련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갈리카’(Gallica)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유럽의 도전은 에어버스와 아리안로켓의 성공에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을 주축으로 1970년 설립된 에어버스는 미국 보잉과 세계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에어버스는 올해 840명의 승객을 태울 수 있는 초대형 여객기 A380을 싱가포르에서 취항시킬 계획이다. 1983년 유럽 12개국이 출범시킨 유럽우주기구(EAS)의 아리안로켓도 미국의 우주발사체 독점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막대한 재원 조달의 어려움과 첨단산업 분야의 연구개발비 격차 등으로 인해 미국을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12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유럽연합의 연구개발비 규모가 미국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세아페이이>의 보도인력이 170명인데 반해, <시엔엔>은 4000명이라며 프랑스의 도전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