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왕자 부부(오른쪽 아래)가 지난 1일 영국연방(코먼웰스) 청년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퀸스 코먼웰스 트러스트’가 진행하는 화상회의 참가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갈무리
영국 왕실에서 독립한 해리 왕자가 모국을 향해 과거 식민지 통치 행위의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리 왕자가 지난 1일 영국연방(코먼웰스) 청년들로 구성된 봉사단체 ‘퀸스 코먼웰스 트러스트’와 진행한 화상회의에서 “불편한 일이 될지라도 과거를 인정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고 <데일리 메일> 등이 6일 보도했다.
해리 왕자는 ‘정의와 평등권’을 주제로 이뤄진 이날 토론에서 “영국연방은 과거를 인정하지 않는 한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며 “그동안 수많은 이들이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으려고 노력했지만, 아직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훨씬 더 많이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록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일이 쉽지 않고 편치 않겠지만,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만큼 이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화상회의에 함께 참여한 해리 왕자의 부인 메건 마클 왕자비도 “지금은 개인들이 자신의 과거 잘못에 대해 손을 들어야 할 ‘심판’의 때”라며 “우리는 지금 조금은 불편해야 한다. 지금과는 다른, 배를 띄울 새로운 곳에 닿기 위해서는 오직 이 불편을 뚫고 나가야 것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해리 왕자 부부의 이날 발언은 미국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인종차별적 과거 청산 요구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해리 왕자는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는 인종차별 반대 운동과 관련해선 “제도적이고 체계적인 인종차별로 이익을 얻는 누군가가 있다”며 “자신의 내면에 있는 편견을 먼저 인정한 뒤 인종차별을 없애는 노력에 동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영국연방은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인도 등 과거 영국의 식민지였던 53개 나라가 가입한 국제기구로, 해리 왕자의 할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수장을 맡고 있다. 해리 왕자는 2018년 5월 결혼 이후 여왕으로부터 서식스 공작, 덤바턴 백작, 카이킬 남작 작위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1월 독립을 선언하며, 더이상 왕실 공식 구성원으로서 ‘전하’란 호칭과 작위 등을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왕자로 태어난 만큼 ‘왕자’ 호칭은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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