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원 무기 삼아 주변국 ‘친미’ 제동
‘이란 핵’ 대립 이어 NGO 법제화 신경전
‘이란 핵’ 대립 이어 NGO 법제화 신경전
러시아의 ‘반미’가 심상치 않다. 러시아는 최근 비정부기구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시민혁명 이후 친미노선을 걷고 있는 주변국들을 에너지를 무기로 압박하는 등 미국의 ‘민주주의 확산’ 전략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란 핵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려는 미국의 ‘핵무기 비확산’ 전략에도 반기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한때 ‘특별한 관계’로 묘사됐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의도 파탄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민간 연구단체인 닉슨센터의 디미트리 시메스 소장은 24일 <에이피(AP)통신>과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민주주의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특별한 관계가 이미 2년 전에 깨졌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0일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비정부기구를 등록하도록 한 법률에 서명해 미국의 심기를 건드렸다.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24일 “우리는 앞서도 이 법률에 우려를 밝혔다”며 거듭 유감을 표명했다. 비판자들은 이 법률이 체첸 인권 문제 등을 줄기차게 제기해 온 비정부기구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러시아는 외국의 지원을 받는 비정부기구들이 러시아에서 스파이짓을 하고 있다며, 이 법률을 적극 옹호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 증거라며, 영국 외교관들과 인권단체들이 첩보를 주고받았다는 ‘컴퓨터를 내장한 돌멩이’를 관영 텔레비전을 통해 공개해, 영국과 외교마찰까지 빚고 있다.
러시아는 또 시민혁명 이후 친미노선을 걷고 있는 옛소련 연방국들을 에너지를 무기로 ‘앙갚음’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공급하는 가스값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가스 공급을 중단하는 극약처방까지 시도했다. 최근에는 가스관 폭발사고를 빌미로 그루지야에 며칠째 가스 공급을 중단하고 있다. 그루지야 대통령 대변인 게오르그 아브라즈는 <시엔엔(CNN)>과 인터뷰에서 “그루지야의 친서방 정책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는 이란 핵문제를 놓고도 미국과 대립하고 있다. 미국은 다음달 2일 열릴 예정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긴급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유엔 안보리에 회부하고 싶어 하지만, 러시아는 그럴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날 모스크바에서 이란 대표들과 회담한 뒤 “이란 핵문제는 국제원자력기구 안에서 외교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미국은 그동안 테러와의 전쟁 등에 대한 러시아의 지지를 얻기 위해 러시아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으나, 러시아의 도전이 계속되자 기류가 바뀌고 있다. 론 크래머 국제공화기구 회장은 “부시 행정부는 집권 1기 내내 러시아에 침묵했다”며 “이제 침묵을 깨는 첫번째 선언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강문 기자 mo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