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생산과 판매 모두에서 중요성이 커지는 인도 시장 강화에 나선다. 조직 내에서 중동·아프리카 등과 묶여 있던 인도를 별도 지역으로 분리해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인도 시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국제 사업 경영진의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기존에 인도·중동·지중해·동유럽·아프리카 지역 사업을 담당했던 휴그 아세만 부사장이 최근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부사장 아래에 있던 아쉬시 초우드하리 인도 담당자를 승진시켜 제품 판매 총 책임자에게 직접 보고하게 한다는 것이다. 다른 지역과 묶여 있던 인도를 독립시켜 떼 시장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사안에 정통한 익명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변화로 인도가 처음으로 애플의 자체 판매 지역이 될 것”이라며 “회사 내에서 인도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체적인 매출 집계에서는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애플이 중동·아프리카·동유럽 등과 묶일 것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지난 분기 애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했지만, 인도는 기록적인 매출을 기록했다. 애플은 2020년에 인도 온라인 애플스토어를 시작한 데 이어, 올해는 처음으로 오프라인 매장도 연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은 지난 1월 애플이 인도에서 오프라인 매장을 열기 위해 직원 채용 등에 나섰다고 전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실적 발표에서 인도 시장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수년 전 중국에서 우리가 배운 것과 중국에서 사업을 확장했던 경험을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은 판매 뿐만이 아니다. 미-중 전략 경쟁과 코로나19 대유행의 여파로 생산 면에서도 인도의 입지는 중국을 위협하며 넓어지는 추세다. 인도는 올해 중국을 꺾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으로 올라선다. 인구 구조를 봐도 고령화가 진행 중인 중국과 달리 청년층 비중이 높다. <블룸버그>는 나아가 “인도는 애플의 제품 개발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며 “핵심 공급업체들이 이 지역으로 옮기고 있고, 애플은 폭스콘과 협업해 인도에서 새로운 아이폰 생산 시설도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지난해 하반기 ‘아이폰 최대 생산기지’인 중국 폭스콘 정저우 공장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산과 노동자 시위로 매출에 타격을 입었다. 이전에도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이 같은 혼란으로 애플의 ‘탈중국’에는 속력이 붙었다. 이에 더해 시진핑 독주 체제가 된 중국의 정책적 불확실성에 더 이상 발목을 잡힐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해 처음으로 아이폰 신형 모델을 인도에서 만들기 시작했고, 아이패드 생산 물량 일부를 중국에서 인도로 옮기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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