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0 19:43
수정 : 2006.03.2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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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업 창업 아이디어를 심사하는 시스타 ‘일렉트룸’ 이사회 건물의 내부. 삼성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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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출신 참신한 기술로 창업… 연간 100개 이상 상업화 시험대
벤처기술 체험하는 곳으로 변신 “협력 우선 풍토가 성과 만들어”
e세상/스웨덴 ‘정보통신 메카’ 시스타
얼음을 깨는 쇄빙선이 항구를 드나드는 스웨덴의 3월. 오후 5시30분 스톡홀름 방향의 도로 흐름이 다소 느려졌다. 스웨덴 정보통신의 메카 ‘시스타 과학도시’에서 빠져나와 스톡홀름 시내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차량들이 몰려든 탓이다. 퇴근 행렬은 오후 5시30분이면 절정에 이른다.
시스타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북서쪽으로 17㎞ 떨어진 곳으로 158개국 750여개 기업과 대학, 연구소 등이 모인 정보통신 집적 단지다. 처음에는 글로벌 정보통신 기업 에릭슨 같은 대기업들이 주도했지만, 중앙정부와 스톡홀름시가 나서 중소기업 육성책을 펴면서 1990년대 후반 이후 현재의 대중소기업 공존 도시로 바뀌었다. 정보통신은 시스타를 설명하는 열쇳말이며, 인근 스톡홀름 인구의 20%가 정보통신 업종에 종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스타의 생명력은 중소기업 창업 지원 시스템에서 나온다. 시스타 안에는 6만5천여개의 일자리가 있다. 이 가운데 9천여명을 에릭슨이 고용한다. 하지만 시스타에 입주한 750여개 기업 가운데 200명 이상을 고용한 기업은 25개가 채 안된다. 대부분이 아이디어와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소기업들의 생태계라는 얘기다.
시스타 홍보업무를 담당하는 토마스 베니치는 “새로운 정보통신 회사를 탄생시키는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있어 창업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누구나 상업적 가능성에 대한 평가를 거쳐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고 설명했다. 시스타 시당국과 투자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일렉트룸’ 이사회가 수익을 낼 수 있고 상품화 뒤 애프터 서비스가 가능한 아이디어라고 판단하면 시와 민간 투자자들이 자금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 시스타의 부동산 임대업자들은 창업 기업에게 2년 동안 사무실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하는 특전을 주고 있다. 시스타에 입주한 쟁쟁한 대기업의 직원이 월급쟁이보다 창업 대박의 꿈을 좀더 쉽게 꿀 수 있는 배경이다. 시스타에 입주한 시스코에서 2년간 근무하다가 창업해 연간 14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는 ‘패킷프론트’도 대기업 출신 창업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연간 100개를 웃도는 아이디어가 이같은 상업화 시험대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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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시스타 과학도시가 60만평 규모로 펼쳐져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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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기업 실험의 성과는 대기업의 혁신으로도 이어진다. 대기업 직원이 개인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토대로 창업을 하고, 대기업은 상업화된 기술을 통째로 사들여 혁신의 동력으로 삼는 구조다.
2000년대 이후 시스타는 새로운 탈바꿈을 준비하고 있다. 시스타를 단지 공장과 사무실만 즐비한 곳이 아니라 살고 싶고 놀고 싶은 곳으로 바꿔가려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기술 혁신과 그대로 결합하기도 하는데 시스타를 ‘모바일 밸리’로 만들려는 목표에 따라 ‘시스타 모바일 & 브로드밴드 쇼룸’ 프로젝트가 마련됐다. 기술을 생활화하려는 프로젝트 아래 시스타의 랜드마크인 ‘시스타 사이언스 타워’의 전시장부터 쇼핑가인 ‘시스타 갤러리아’까지 4세대 이동통신 기술과 모바일 신규 서비스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쇼핑과 휴식 공간에서 다른 곳보다 1~2세대 앞선 기술이 시연되는 셈이다. 이를 위해서 60여개 기업이 매주 아이디어·기술 공유 회의를 가지는 등 시스타 특유의 공동보조가 실현되고 있기도 하다.
토비욘 뱅손 스톡홀름 시청의 프로젝트 매니저는 “실리콘 밸리가 기술과 아이디어의 무한 경쟁 시스템이라면, 시스타는 공동의 기술 플랫폼을 마련하고 협력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성과를 내는 게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스톡홀름/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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