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추가정책, 성장전망 따라 결정”
한은 총재,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
한은 총재,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시사
금리 0.25%p 인상 5.25%
물가안정에 커다란 방점이 찍혀 있던 미국 통화정책의 무게 중심이 경기관리 쪽으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또 2004년 6월부터 열일곱차례 이어진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도 서서히 감속 준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29일(현지시각)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 금리를 현행 5%에서 0.25%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금리인상 결정이 내려진 당일,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날에 비해 각각 1.98%, 2.96% 급등했다. 하루 상승폭은 2003년 4월 이래 가장 컸다.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은 금리인상이 예견된데다, 금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쪽에 무게를 뒀기 때문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은 8월 중 0.25%포인트 추가인상 가능성을 80%에서 68%로 낮췄다. 연준은 금리인상 결정 발표문에서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의 시기와 범위는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전망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문구를 담았다. “추가적인 정책 다지기가 아직 필요할 수도 있다”던 지난번 발표문보다는 약간 완화된 표현이다. “경제성장이 완화되고 있을 수 있다”던 표현은 “경제성장이 완화되고 있다”로 바뀌었다. 이날 미 상무부가 발표한 전분기 대비 1분기 실질국내총생산 성장률이 5.6%로 나타났지만, 주택경기가 냉각되면서 경기가 점차 하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진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전문가들은 고유가 등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2분기 이후 미국경제 성장률은 3%대로 떨어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물론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가 당장 바뀔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그간의 금리인상으로 조금 여유가 생긴 연준이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라 말했다. 6월 중 근원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웃돌 경우, 연준이 당분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도 남아 있다.
국내의 관심은 다음주 7일에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인상결정이 내려질지에 모아지고 있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29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그간 네 차례 금리인상이 경기 수준에 비해 과하지 않다”고 말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다만 경기선행지수가 4개월 연속 하락한데다 각종 심리지표도 하반기 경기둔화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일구 랜드마크투신운용 이사는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사실상 통화량 규제에 나섰다는 점에서 한은으로서는 오히려 지금 시점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다음주 화요일(4일) 발표될 한은의 하반기 경제전망이 관심거리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우리 경제에 금리보다는 환율이 좀더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이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30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11.70원 급락한 948.90원으로 마감했다. 연준 결정 이후 달러 매도세가 늘어난데다 수출 업체들의 네고물량이 물리는 분기말과 월말이라는 점도 환율 급락을 부채질했다. 다만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전반적인 달러 약세 기조는 유지되겠지만 원화가 다른 아시아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절상되었으므로 추가 절상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우성 기자 morge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