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플레 압력 줄것” 금리인상 중단 시사

‘버냉키 주가’ 햇살 반짝 미 경기 둔화세 먹구름

장마 다음은 찜통더위 차례?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금리인상 중단 시사 발언에 미국과 유럽, 한국 등 전세계 주식시장이 동반해서 급등했다. 하지만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가능성은 조금 낮아진 대신 경기둔화라는 또다른 복병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고민이다.

버냉키 의장은 19일(현지시각)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며 “성장 둔화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여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상원의원들과의 질의응답 순서에선 “언젠가는 지속적인 금리인상이라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야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은 8월8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연준의 금리인상 행진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쪽에 일제히 무게를 뒀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1만1011.42를 기록해 전날에 비해 1.96% 급등했다. 아시아 시장도 동반상승했다. 도쿄시장에서 닛케이지수는 초반부터 폭등하며 전날 대비 3.08% 오른 채 마감했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1273.30을 기록해 전날에 비해 39.65나 뛰어올랐다.

외환시장에서도 버냉키 효과는 나타났다. 중동발 악재 이후 연일 강세를 보이던 달러화가 약세로 돌아서며 원-달러 환율은 전날에 비해 5.9원이나 떨어졌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6월 중 근원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3%를 기록해 4개월 연속 상승했다. 1995년 9월 이래 최장기간 상승세다. 전년 대비 상승률은 2.6%로 나타나 연준이 ‘안도지대’로 삼고 있는 1~2%를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버냉키가 “인플레이션이 지금보다 진정되어야 한다”며 “적절한 통화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사실을 들어, 경기지표 추이에 따라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해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진단도 있다. 월가의 경제분석가로 이름을 날리는 누리엘 루비니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단기간에 줄어들 가능성은 없다”며 “자칫 미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다가설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미국 경제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버냉키가 분명하게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높아진 이상, 국내 경제도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경제의 경기과열 우려가 커지는 것도 관심거리다.

홍춘욱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팀장은 “시장의 반짝 반응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는 상당기간 조정 기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성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