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방제품(짝퉁)을 한국 제품의 시장확대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철선 연구위원은 14일 ‘중국 모방제품의 전략적 활용’이란 보고서에서, 중국 진출 한국 기업들이 ‘짝퉁’에 대해 단속의뢰나 손해배상소송 등 법적 대응에 치중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고 평가했다. 짝퉁에 대응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충성 고객군 활용 △원조 브랜드 강조 △제품개발 주기 단축을 통한 신속한 신제품 출시 △방패 브랜드 도입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충성 고객군의 활용은 80년대 초 나이키가 국내 시장에 들어왔을 때 ‘나이스’ 등 모방상품을 방치했던 예를 들었다. 나이키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았았는데 여러 짝퉁들이 출연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오히려 높아지고 충성 고객들이 형성돼 원조 브랜드의 가치가 올라갔다는 것이다. 액체위장약의 효시인 겔포스는 원조 브랜드 강조의 성공 사례다. 미란타, 탈시드 등 여러 모방제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전체 시장규모가 늘자 소비자들에게 원조 브랜드임을 강조해 매출이 급신장했다. 방패 브랜드 전략이란 모방제품과 비슷한 성능과 가격의 제품을 출시해 기존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인텔이 AMD의 저가 컴퓨터칩에 대응하기 위해 셀레론칩을 출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이 연구위원은 “후발 기업의 모방전략을 규제적 대응만으로는 뿌리뽑기 어렵다”며 “한국 제품을 명품화 하는 기회로 역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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