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지역인 드레스덴에 2002년 들어선 폴크스바겐 주문차량 공장 내부. 마룻바닥이 움직여 컨베이어 노릇을 하고, 손님들이 공장을 방문해 차량 옵션들을 선택하고 제조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첨단 시설이다.
90년이후 끝없는 추락…올들어 ‘호황’ 반전
수출증가·월드컵 영향…IT분야 저조 걸림돌
수출증가·월드컵 영향…IT분야 저조 걸림돌
부활하는 독일경제 (상)
“독일 경제는 작은 호황기를 맞았습니다.”
1천여개 기업이 모인 대표적 경제단체인 독일산업연맹(BDI)의 정책자문역 군터 샬 박사는 지금의 경제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년 대비 0.9%에 그친 독일 경제가 올 2분기엔 2001년 이후 가장 높은 전년 동기 대비 2.4%의 성장을 기록하자 독일 정부와 기업들이 갖게 된 낙관적 태도를 대변하는 표현이다.
지난달 17일 독일 최대 축제인 옥토버페스트가 열리고 있는 뮌헨에서 축제행렬을 구경하던 변호사 마르쿠스 클링은 “올해는 경제가 좋아졌다”며 축제에 어울리는 밝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사람들이 아직은 경제가 확실히 나아졌다고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오랜만에 회복세를 보이는 경제의 순항을 기대했다. 독일에서 두 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바이에른주의 주정부 기구 ‘인베스트 바이에른’의 모니카 오벤도르퍼는 “1997년에 454개이던 외국 기업이 지난해에는 1206곳으로 늘었다”고 자랑했다.
‘유럽 경제의 기관차’ 독일 경제가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독일의 연 성장률 예상치를 1.3%에서 2.0%로 크게 올렸다. 독일 기관들은 2.4%까지 기대하고 있다. 뮌헨대 정보조사연구소가 밝힌 기업인들의 현재 경기실사지수는 1991년 이후 가장 높다.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소폭 오르고, 정부 재정적자 비율도 줄었다. 올해 초 12%를 웃돌던 실업률은 6월에 10.5%까지 내려갔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의 3% 아래여야 한다는 내용의 안정성장협약을 주도한 독일은 2001년 이후 이를 못 지켜 체면을 구겨왔다. 그러나 정부는 세금이 많이 걷히면서 재정적자 비율이 올해 2.8%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수출 증가와 통일 후유증의 점차적인 극복, 월드컵 특수 등이 경기를 되살렸다고 평가하고 있다. 샬 박사는 “독일 기업의 생산성은 여전히 높고 인적자본도 훌륭하다”며, 오랜 침체를 겪었지만 경제 기반이 망가지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2004년 유럽연합에 가입한 동유럽 국가들이나,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러시아와의 교역 증가가 성장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1~7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늘었다. 샬 박사는 “수출의 독일 경제 기여도는 30%가 넘는다”며 “이를 유지하는 게 우리 목표”라고 말했다.
1950~70년대 해마다 10%를 넘나드는 성장을 구가하며 ‘라인강의 기적’을 연출한 독일 경제는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크게 풀이 죽었다. 수출 1위, 경제규모 3위인 독일 경제의 1991~2000년 연평균 성장률은 1.9%, 2001~2005년 평균은 0.7%로 갈수록 악화됐다. 다른 선진경제권의 4분의 1~3분의 1도 따라가지 못했다. 2003년에는 -0.1% 성장이라는 절망적 수치를 보였다. 이 무렵 1인당 국내총생산은 당시 유럽연합 15개국 평균보다 처졌고, ‘유럽의 병자’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었다. 유럽연합 25개국 국내총생산의 21%(2005년)를 차지하는 독일의 추락은 유럽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경제가 빛을 잃은 데는 예상을 웃돈 통일비용과 옛 동독 경제 붕괴, 세계화에 따른 생산시설 유출, 정보화 지연 등 여러 요인이 꼽힌다. 우파적 견해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덧붙인다. 통일 이후 지겨운 저성장을 지켜봐야 했던 독일 정치권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독일은 더 이상) 유럽의 병자가 아니다”(앙겔라 메르켈 총리), “아직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가 있다”(프랑크-위르겐 바이제 노동장관), “(재정적자 축소는) 이제 시작일 뿐”(페어 슈타인브뤼크 재무장관)이라는 등 자신감 넘치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회복세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내년 세계경제가 둔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재정 건전화를 위해 내년에 부가가치세 세율을 16%에서 19%로 올리기로 해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독일 경제는 미국 등에 견줘 정보기술 분야의 기여도가 낮고 연구·개발 역량이 처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빌프리트 크루크 외무부 무역 태스크포스팀장은 “독일은 경제성장의 중심인 무역 증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동시에 정보기술과 서비스업 발전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뮌헨/글·사진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1950~70년대 해마다 10%를 넘나드는 성장을 구가하며 ‘라인강의 기적’을 연출한 독일 경제는 80년대를 지나 90년대에 접어들면서 크게 풀이 죽었다. 수출 1위, 경제규모 3위인 독일 경제의 1991~2000년 연평균 성장률은 1.9%, 2001~2005년 평균은 0.7%로 갈수록 악화됐다. 다른 선진경제권의 4분의 1~3분의 1도 따라가지 못했다. 2003년에는 -0.1% 성장이라는 절망적 수치를 보였다. 이 무렵 1인당 국내총생산은 당시 유럽연합 15개국 평균보다 처졌고, ‘유럽의 병자’라는 불명예스런 별명까지 얻었다. 유럽연합 25개국 국내총생산의 21%(2005년)를 차지하는 독일의 추락은 유럽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경제가 빛을 잃은 데는 예상을 웃돈 통일비용과 옛 동독 경제 붕괴, 세계화에 따른 생산시설 유출, 정보화 지연 등 여러 요인이 꼽힌다. 우파적 견해는 ‘경직된 노동시장’을 덧붙인다. 통일 이후 지겨운 저성장을 지켜봐야 했던 독일 정치권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독일은 더 이상) 유럽의 병자가 아니다”(앙겔라 메르켈 총리), “아직 채워지지 않은 일자리가 있다”(프랑크-위르겐 바이제 노동장관), “(재정적자 축소는) 이제 시작일 뿐”(페어 슈타인브뤼크 재무장관)이라는 등 자신감 넘치는 말이 쏟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회복세 유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내년 세계경제가 둔화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재정 건전화를 위해 내년에 부가가치세 세율을 16%에서 19%로 올리기로 해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독일 경제는 미국 등에 견줘 정보기술 분야의 기여도가 낮고 연구·개발 역량이 처진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빌프리트 크루크 외무부 무역 태스크포스팀장은 “독일은 경제성장의 중심인 무역 증대를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동시에 정보기술과 서비스업 발전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베를린 뮌헨/글·사진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