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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엔 초약세 시대’ 막내리나

등록 2006-11-20 18:19수정 2006-11-21 10:22

미국 소비확대·중국 투자붐으로 기업 매출 증대
1인당 임금은 줄어…엄청난 재정적자 해결도 과제
[최장기 호황 맞은 일본]

잘 나가는 일본 경제, 어디까지 갈까? 일본이 이번 달로 전후 최장 호황 신기록을 세울 것이 확실시 된다. 이제까지 전후 최장 호황국면은 1965년11월부터 70년7월까지 57개월 동안 계속됐던, 이른바 ‘이자나기’ 경기였다. 하지만, 일본 경제 호황의 이면에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산적해 있어,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라는 경계의 목소리도 만만찮다.

일본 경기의 견인차, 기업=최근 발표된 일본 상장기업의 2006 회계연도 상반기 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8%의 수익률 증가를 보였다. 이는 86년12월부터 1991년2월까지의 이른바 ‘거품경기’ 기간의 수익률과 버금가는 것이다. 경상이익은 약 15%, 세후이익은 25%로 애초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미국의 소비 확대와 중국 투자붐을 양축으로 한 세계경제의 고성장, 그리고 기록적인 엔저 현상이 겹쳐 해외에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특히 자동차, 전기, 기계 등 가공산업이 혜택을 본 대표적 분야이다. 상반기 실적에서 무려 약 1조엔의 영업이익을 거둔 도요타의 경우, 매출 증가(15%)의 대부분이 미국, 유럽 등 국외에서 나왔다.

기업들의 견실한 매출 상승에 따라, 14일 발표된 7~9월 일본 국내총생산(GDP) 실질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5% 상승했다. 이는 연간 성장률 2%에 해당하는 수치로 애초 민간기관들의 예상(연 0.9%)을 크게 웃돌았다.

열리지 않은 지갑=전후 최장 경기 확대 기록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본인들의 소비심리는 아직 얼어 있다. 7~9월 물가 하락 추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디플레이션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7~9월 일본 국내총생산의 58%를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0.7% 하락했다. 이를 연률로 환산하면 2.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의 실적 호전으로 영업이익은 크게 늘어났지만, 그 혜택이 가계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금 급여 총액은 7월말까지 6개월 간 계속 늘어났지만 8월은 0.2% 감소했고, 9월에도 전월에 비해 거의 늘지 않았다.


최근 <아사히신문>은 ‘이자나기’ 경기 때는 57개월간 월급이 79.2% 인상됐지만, 이번 경기확대 기간에는 오히려 1.2% 줄었다고 보도했다. 고미네 다카오 호세이대학 교수(사회학)는 “2004년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원의 일인당 임금은 모두 전년보다 늘어났지만 둘을 합하면 오히려 0.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기업들이 임금이 높은 정규직을 저임금의 파트타임 사원으로 대체해 총인건비를 억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치 사설에서 “기업의 국제 경쟁이 격화하면서 경영자들이 임금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엄청난 재정적자 해결 없이는…=선진공업국 중 최고 수준인 재정적자 처리 문제는 소비심리 회복과 함께 일본 경제가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4일 “경기 부양책으로 재정 지출을 남발한 결과, 국내총생산의 180%에 달할 정도로 엄청나게 늘어난 빚더미는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거의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금도 세출 규모가 세입을 능가해 10엔 지출할 때마다 4엔을 국채 등을 통해 빌려야 하는 실정이다. 일본 정부도 이런 상태를 감당하기 힘든 것으로 판단하고 2011년까지 세입과 세출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현재 5%인 소비세 인상보다는 지출 감축을 통한 문제 해결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재정 긴축은 수요를 위축시키고 이미 낮은 수준의 성장을 더욱 낮추는 위험성이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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