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비오 중국 총리가 19~20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3차 금융공작회의에서 20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국책은행 개혁…채권발행 확대
홍콩-대륙 경제통합 가속화, 농업은행 주식제 전환해 상장
중국이 5년 만에 금융공작회의를 열어 외환과 금융정책의 방향을 확정했다.
이번 회의에선 외환보유고 운용 다변화, 국책은행 개혁, 홍콩과의 경제 통합, 채권 시장 확대 등 향후 중국 경제정책의 근간이 될 핵심 사안들이 논의됐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회의가 중국 경제의 ‘결정적인 시기’에 열렸다고 평가했다.
원자바오 총리는 이번 회의에서 “2002년 이후 강력한 금융 개혁으로 상당한 성과를 봤으나, 여전히 구조적인 불안과 시스템 미비 등의 문제점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중국의 금융 개혁이 한층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원 총리는 국가개발은행, 수출입은행, 농업발전은행 등 3개 국책은행에 대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국책은행에 대한 개혁 방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책은행 가운데 첫번째 개혁 대상은 국가개발은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원 총리는 “국가개발은행은 전면적으로 상업화될 것”이라며, 정부의 위임을 받은 정책성 금융업무에도 공개적이고 투명한 입찰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건설은행, 중국은행, 공상은행, 농업은행 등 4개 국유은행 가운데 아직 상장되지 않은 농업은행도 주식제로 개혁해 상장하기로 했다. 농업은행은 부실채권 규모가 24.7%에 이르러 그동안 상장이 미뤄졌다. 원 총리는 농업은행 개혁은 “차근차근 질서 있게 추진될 것”이라며, 이 은행이 개혁된 뒤에도 농민·농업·농촌 부문의 주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홍콩과 상하이가 ‘금융 허브’의 주도권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홍콩과 대륙의 경제 통합을 가속화하고, 홍콩의 위안화 중개 기능을 강화하는 조처가 논의됐다고 보도했다. 홍콩 재무장관 헨리 탕잉옌은 “금융공작회의에서 홍콩과 대륙의 경제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선 이밖에 중국의 채권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원 총리는 “금융기구 진입 조건 완화, 채권 발행 확대 등을 통해 채권시장을 신속히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언론들은 앞으로 중국의 채권 발행 업무가 보수적인 국가발전개발위원회에서 시장지향적인 증권감독위원회로 넘어갈 것이라며, 조만간 중국에서 ‘채권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중국에서 회사채와 주식으로 기업자금을 조달하는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금융공작회의는 중국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회의다. 1997년 11월 제1차 회의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5년마다 소집돼 중국 금융정책의 기조를 설정했다. 회의 때마다 굵직한 금융개혁 방안들이 입안돼 중국 경제정책의 최고재판소로 불린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금융공작회의의 과거 결정과 실행 조처들
금융공작회의는 중국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최고위급 회의다. 1997년 11월 제1차 회의가 열린 것을 시작으로 5년마다 소집돼 중국 금융정책의 기조를 설정했다. 회의 때마다 굵직한 금융개혁 방안들이 입안돼 중국 경제정책의 최고재판소로 불린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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