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합작투자 허용 유전후보지
유가 상승에 해양유전 22곳 외국투자 개방
중국 앞바다에서 대규모 ‘유전 판매’가 한창이다. 경제 성장을 위한 석유 확보에 고심하고 있는 중국이 경제성 등을 이유로 개발을 미뤄왔던 해저유전 후보지를 무더기로 외국 투자자들에게 내놓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먹잇감의 출현에 영국의 비피(BP), 프랑스의 토탈(Total) 등 세계 석유업계의 공룡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다.
중국 최대의 해저유전 탐사 및 개발 업체인 중국해양석유공사(CNOOC)는 최근 중국 해안선을 따라 22개 유전 후보지에 대한 외국업체의 합작투자를 허용했다. 중국이 자국의 석유 매장 후보지에 대한 투자를 이처럼 한꺼번에 대규모로 개방하기는 처음이다.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전례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썼다.
중국이 이번에 개방한 유전 후보지는 모두 11만4050㎢에 이른다. 중국의 해안선을 따라 동남쪽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이어진다. 동중국해에 7곳, 남중국해에 15곳이 포진해 있다. 중국해양석유공사는 8일부터 상하이와 광저우, 짠지앙에 자료실을 열어 이들 유전 후보지의 지질과 수심 등을 외국 기업에 공개하고 있다.
석유업계는 이들 유전 후보지에 대한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느라 바쁘다. 자오웬헝 비피차이나 홍보담당자는 <차이나데일리>에 “유전 후보지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서린 민 토탈차이나 부회장도 “유전 탐사·개발부에서 각 후보지의 석유 매장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해양석유공사 관계자는 “이미 대여섯개의 외국 석유기업들이 합작투자와 관련한 세부 자료를 요청해온 상태”라며 “구체적으로 투자 의사를 밝히면 양자협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중국이 개방한 유전 후보지는 그동안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었다. 수심이 깊어 탐사 및 개발에 고도의 기술과 숙련된 인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을 채우기 위해선 경제성을 희생하는 게 불가피했다. 그런데 최근의 원유가 상승으로 사정이 달라졌다. 류구 상하이 궈타이증권 분석가는 “전반적인 원유가 상승과 국내 수요 증가를 고려하면 이들 험난한 지역의 유전 개발도 경제성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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