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스톤의 연도별 인수 합병 총액
블랙스톤 기업공개-‘업계 변화 신호탄’ 해석
소수의 개인 및 기관투자자로부터 돈을 끌어모아 기업을 인수해 가치를 높인 뒤 되팔아 차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 투자회사는 그동안 기업공개에 부정적이었다. 분기별로 실적을 공개해야 하는 것은 물론 상장사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여러 규제들이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논리였다.
상황에 따라 원칙도 바뀌는 것인가? 2월 포트리트인베스트먼트그룹이 미국 증시에 사모펀드로서는 처음 상장한 데 이어, 미국 최대 사모펀드인 블랙스톤도 기업공개를 결정했다. 지난 20년 동안 기업인수에 무려 1600억달러를 쏟아부은 ‘기업사냥의 제왕’ 블랙스톤은 지분의 10%인 40억달러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공모하기로 하고 22일 예비 사업설명서를 미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이 설명서를 보면 블랙스톤은 현재 311억달러에 달하는 자산을 관리하고 있으며, 1987년 설립 이후 매년 평균적으로 30.8%의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런 기업공개 결정에 대해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대안투자붐의 종식을 알리는 신호라는 평가에서부터 시장 규제를 받게 되면서 사모펀드의 투자 행태도 큰 변화를 보일 것이라는 지적까지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매튜 린은 21일 기명칼럼을 통해, 대안투자붐의 정점론을 강력히 제기했다. 투자의 귀재인 사모펀드 경영자들이 회사 주식을 내놓았다는 것은 이미 그들이 사모펀드붐이 정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확고한 증거라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올해 사모펀드붐이 정점에서 하강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면서, 세계 경기 하강과 사모펀드붐의 결정적인 뒷배가 되는 싼 채무를 더 이상 누릴 수 없게 하는 신용경색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지적했다. 린은 이미 미 법무부가 사모펀드의 기업인수 가격 담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면서, 이런 공적인 감시 강화는 대안투자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인 탈규제의 장점을 앗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펀드 운용 방식의 변화를 예측하는 목소리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기업공개로 분기별 실적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펀드들이 단기 수익률 높이기에 치중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여건을 봐서 투자시기를 기다리는 전술이 더 이상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사모펀드들의 영업 기반이 더 탄탄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290억달러에 이르는 하버드 대학 기부금을 운용하는 투자가 모하메드 엘-에리안은 “기업공개로 인해 사모펀드는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을 때 적절한 재정적인 완충판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기업공개는 사모펀드 업계 구조조정의 일부로서 진화의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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