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국내총샌산 대비 통화량 비율 추이
세계 평균치의 2배 수준…2000년 이후 가속화
1983년 이후 25년치 분석
시중에 필요 이상 풀린 돈이 ‘얼마만큼’ 있을까? 아쉽게도 이른바 ‘초과 유동성’의 정확한 크기를 재는 잣대는 없다. 하지만 이를 대략이나마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들은 있다.
대표적인 게 ‘유동성 갭 비율’로, 실물부문의 크기에 견줘 시중에 돈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경제규모가 커질수록, 금융부문이 발전할수록 시중 유동성은 실물부문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게 일반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미국·유로권·영국·일본·오스트레일리아·캐나다 등 선진국 만을 따로 추려 명목 국내총생산(GDP)과 유동성(광의통화 기준)의 변화를 살펴봤더니 둘 사이의 비율은 83년을 100으로 잡을 때 지난해 말엔 144에 이르렀다.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의 양이 실물부문보다 1.5배 가까이 더 빠르게 늘어났다는 얘기다.
아시아 나라들로 시야를 돌리면 둘 사이의 거리는 훨씬 더 벌어진다. <한겨레>가 아시아 5개 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과 유동성 통계를 토대로 그 비율을 계산해보니, 지난해 말 현재 대략 250~300으로 나타났다. 선진국 중심의 세계 평균치보다 2배 가까이 높다. 생산과 소비 등 실물부문에 흡수되지 않은 채 역내를 이리저리 떠돌아 다니는 유동성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중국이 359로 초과 유동성 정도가 가장 심했고, 우리나라는 289로 두번째를 차지했다. 선진국의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유동성 비율이 지난 25년간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늘어난데 반해, 아시아 나라들에선 그 비율이 2000년대 이후 가파르게 늘어났다.
최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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