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리차, 크라이슬러에 수출…품질 안전성 걸림돌로
최근 중국 체리(奇瑞·치루이)자동차가 본격적인 미국 시장 진출의 계기를 잡는 데 성공하면서 중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계 자동차업계의 격전장인 미국 시장에서 체리자동차가 통한다면 중국 자동차산업의 국제적 수준을 증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체리자동차는 지난 4일 베이징에서 미국 크라이슬러와 소형차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체리자동차가 만든 소형차에 크라이슬러의 닷지 상표를 붙여 늦어도 2009년 말까지는 미국 시장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중국산 자동차는 일단 가격경쟁력 면에선 후한 점수를 받을 만하다. 체리자동차가 미국에 수출할 차종은 ‘에이원’(A1)으로 불리는 배기량 1300cc의 소형차로, 중국에서 7000~7900달러에 팔리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최저가 자동차인 ‘닷지 칼리버’(1만3850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크라이슬러는 이 차의 해치백 모델을 연간 10만대 정도 수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안전성이다. 중국산 자동차는 대부분 미국과 유럽의 품질· 안전성 기준에 훨씬 못미친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팔리는 차들은 연방정부 기관인 고속도로교통안전국의 측면 충돌실험에서 기본적으로 별 네개(다섯 개가 만점)를 받는다. 이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실험에서도 대부분 최고 등급을 받는다. 그러나 최근 유럽에서 실시된 자동차 안전성 실험에서 중국산 자동차는 ‘민망한’ 수준의 등급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체리자동차의 에이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 상태에선 미국 시장에 명함을 내밀 수 없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제이디파워의 존 험프리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최근 <시엔엔(CNN) 머니>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미국 시장에 진입할 만한 요건을 갖춘 중국 자동차업체는 단 하나도 없다”며 “중국 자동차업체 가운데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다는 체리자동차도 미국 시장을 뚫기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크라이슬러의 기술적 지원을 받는다는 가정 아래 체리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는 2~4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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