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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국제경제

‘서브프라임’ 이후 세계경제는?

등록 2007-09-12 21:05수정 2007-09-12 21:15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주요 국가들의 경제성장률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는 가운데 일본과 유로, 중국 등 주요 국가의 경제에도 위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성장률이 1년 만에 다시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중국의 물가는 1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이다. 갑작스레 불확실성이 높아진 이들 주요국 경제 상황을 정리한다.

[미국] 일자리 감소 충격에 비관론 급부상

경기 ‘둔화’서 ‘침체’로 무게중심 이동…금리 인하로 대처할 듯

미국 경제에 잇따라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특히 지난 주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에는 경제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경제침체는 성장률이 2개 분기 이상 잇달아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것을 뜻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전문가들에 물어봤더니, 내년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25~50%라는 응답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S)의 고위 간부들마저 평소와 달리 직설적으로 우려를 나타내 상황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는 지난 10일 주택경기 둔화와 신용경색이 민간소비, 나아가 경제성장에 “심각한 하강 압력”으로 작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프레데딕 미시킨 연준 이사도 같은 날 광범위한 경기둔화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주요 국가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주요 국가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미국 경제는 한달 여전까지만 해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 성장률이 일시적 요인에 힘입긴 했으나 2분기에 4.0%로 호조를 보였다. 연준의 전망대로 활력이 떨어지긴 해도 ‘완만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하지만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지속되면서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 8월의 취업자수가 4년 만에 처음 줄어들었다는 고용지표는 비관론에 날개를 달아줬다. 이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실물경제가 취약한 상태였다는 분석이 힘을 받고 있다.

미국 경제의 약한 고리는 역시 주택부문이다. 2005년 4분기 이후 지속돼온 주택경기 하강세는 서브프라임 부실이 표면화하면서 짙어지고 있다. 주택판매가 부진해 재고가 급증하고, 주택착공·허가 건수는 급감하고 있다. 주택가격 하락세도 멈출 기미가 없다. 이는 부진한 민간소비를 더 위축하고 성장에 악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주택건설투자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도 4.8%(2분기)나 되는 것을 보면 주택경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주택경기 둔화는 내년 이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준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하강세를 쉽게 꺾지 못할 것이라는 말이다.

고용지표는 주택경기 침체의 영향이 다른 부문에도 파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업자수가 8월에 4천명이나 줄어든 데는 주택건설과 관련 제조업부문 등의 부진이 한몫을 했다. 고용사정의 악화는 가계의 소비 여력을 줄일 뿐 아니라, 주택대출 상환과 신규 차입에 어려움을 줘, 다시 주택경기 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성장률이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연준이 오는 18일 기준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되는 것은 이런 탓이 크다. 일부에서는 올해 말까지 금리를 현재 5.25%에서 4.50%로 인하해 경기하강세를 저지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경 선임기자 jaewoo@hani.co.kr


[유럽연합]지표 호조 속 성장 전망치 소폭 낮춰

금리 동결 등 경기 하강 사전대응 조처 나서

유로화 단일통화권인 유로존의 경제 성장에도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10일 유로존 경제의 올해 성장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춘다고 밝혔다. 13개국을 아우르는 유로존은 지난해 6년 만에 가장 높은 2.7%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호아킨 알무니아 통화담당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전망치 소폭 하향에도 불구하고 “유로 지역 경제의 기초여건은 튼튼하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다. 유럽 제1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최대 수출국인 독일의 ‘부활’ 등에 힘입어 유로존 실업률은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7%대 초반까지 내려왔다. 물가상승률도 유럽중앙은행의 목표치인 2% 미만에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에 유럽 은행들이 노출된 것으로 나타난 이후, 분위기는 차츰 어두워지고 있다. 이날 유럽연합 집행위는 “불확실성이 유달리 커졌다”거나 “금융시장 불안의 충격이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지난주까지 지속돼온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이) 실물경제에 끼칠 영향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페어 스타인브뤼크 독일 재무장관)는 식의 낙관론은 퇴조하고 있는 중이다.

유럽중앙은행이 애초 방침을 뒤집어 지난 6일 기준금리를 4.0%로 묶은 것도 경기 하강 예상을 겨냥한 사전대응이다. 미국에 뒤지지 않는 상승률을 보인 일부 유로존 국가들과 영국의 집값도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중국] 고속성장 여파 가파른 물가상승 골머리

거품 우려 커지자 국채발행 등 잇단 긴축 조처


중국 상품을 실은 컨테이너 선박이 뉴욕항을 지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7월 무역수지가 592억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11(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 중 중국과의 무역수지 적자가 238억달러로, 전체 적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뉴욕/AP 연합
중국 상품을 실은 컨테이너 선박이 뉴욕항을 지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7월 무역수지가 592억달러의 적자를 냈다고 11(현지 시각) 발표했다. 이 중 중국과의 무역수지 적자가 238억달러로, 전체 적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뉴욕/AP 연합
중국이 과열 성장에다 가파른 물가상승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발 신용위기에도 꿋꿋하게 성장세를 지켰던 중국 증시는 조만간 예상되는 긴축 조처의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중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위험요소가 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재정부는 11일 2000억위안(약 24조원) 규모의 특별국채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재정부는 앞서 6000억위안 규모의 특별국채를 발행한 바 있다. 재정부의 잇따른 특별국채 발행은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덜고 10%에 이르는 성장률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달 6.5% 올라 1997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증시에선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43%의 상승률을 기록한 상하이지수는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파문이 아시아와 유럽의 주요 증시를 휩쓸 때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중국 은행권도 100억달러 이상을 서브프라임모기지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주가가 위험수위에 다가서고 있다는 지적이 국제금융시장에서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무역흑자와 부동산값 상승도 중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의 지난달 무역수지 흑자는 249억7000만달러로 집계돼 월간 기준으로는 사상 두번째를 기록했다. 지난 5월 중국 70개 도시의 부동산값 상승률은 6개월 만에 최고치인 6.4%를 기록했다.

특히 인플레이션 우려는 다음달 15일 제17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전대)를 앞둔 중국 지도부의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물가 상승이 빈부 격차 확대와 맞물려 사회 불안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최근 추석을 앞두고 식품값과 숙박비 등을 멋대로 올리는 행위를 집중 단속하라고 전국에 지시했다.

베이징/유강문 특파원 moon@hani.co.kr


[일본] 2분기 성장 뒷걸음질…미국 경제에 촉각

기업들 투자 소극적…3분기엔 성장률 회복 전망 우세

잘 나가던 일본 경제에 갑자기 그늘이 드리워졌다.

일본 내각부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0.3% 줄었다고 최근 밝혔다. 지난달 13일 0.1% 증가했다는 잠정치가 나온 것을 전후해 일본 당국은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을 기대했으나, 실망스런 확정치가 나왔다.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3분기(-0.1%) 이후 3분기 만이다. 수출 확대가 이어진 데 비해 투자와 소비의 힘이 빈약한 일본 경제의 문제점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특히 설비투자가 전분기에 견줘 1.2% 감소한 게 결정적이었다. 제조업 투자는 상승세를 지켰지만, 서비스업 등 비제조업에서 13.1%나 뒷걸음질쳤다. 소비도 0.3%밖에 늘지 않았다.

일본 금융기관들이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의 직접적 영향을 많이 받지는 않았다. 대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일본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이지 않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에서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외국 헤지펀드 등이 돈을 빼가면서 증시가 가라앉았다. 최근에는 엔화가 강세를 띠며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7월 무역흑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1% 줄었다.

1990년대의 거품붕괴로 촉발된 ‘잃어버린 10년’을 극복하고 지난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일본 경제가 다시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리라는 전망은 아직 많지 않다. 일본의 경제지표는 변동이 심하기로 이름났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마이너스 성장은 일시적이고, 경기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민간조사기관 13개사는 7~9월 성장률이 1.9%(연율)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1일 보도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침체로 접어든다면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이 수입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일본 경기를 지탱해 온 수출 증가, 생산 증가, 설비투자 증가라는 선순환구조가 약해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 aip20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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